일상/일기

처음인 듯 아닌 듯 (2022.03.21.월요일)

돌멩이 2022. 3. 22. 05:48

 

오늘 첫 독일어 시험 대비반 수업 들었고 아주 느낌이 좋다. 사실 아침에 일어나기 너무 힘들어서 아침도 못 먹고 허겁지겁 나와 자전거 페달을 열심히 밟았다. 날씨가 좋았고 내리막길이라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옆에는 더 빠른 차가 달리고 있기 때문에 내 속도가 너무 빨라지자 겁이 나서 속도를 줄였다. 하, 자전거 시위 또 가고 싶다. 차 없는 길 달리고 싶다... 어쨌든 도착하고 보니 정각 아홉 시였고 선생님도 아직 오시지 않은 상태였다. 자리에 앉아있는 다른 학생들을 보니 나와 함께 레벨 테스트를 봤던 사람들 중 한 명 빼고 다 B2를 받은 모양이다. 각각 중국, 이란, 한국, 터키, 케냐에서 온 사람들이었다. 선생님은 레벨 테스트 때 뵈었던 분과 다른 분이었다. 중년의 남자 선생님이었는데 주 4일 중 월, 화 이틀 문법을 주로 가르칠 것이라고 했다. 이름은 스테판이고 오스트리아에서 왔고 독일에 산지는 30년이 넘으셨다. 내 이름을 처음부터 틀리게 발음하지 않은 최초의 독일인이기도 하다. 이름 앞에 J가 들어가는데 독일어 식으로 발음하면 이나가 된다. 

 

첫날이라 그런지 워밍업 하듯이 천천히 진도가 나갔다. 학생 중 누구도 교재에 대한 정보를 듣지 못해서 오늘은 스테판이 복사해서 나누어 주었다. 나는 항상 수업교재를 따로 사야 하는 것이 불만이다. 다른 학생들과 그룹지어서 잠깐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먹을거리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는데 케냐에서 온 남자랑은 조금 더 친해지면 케냐 요리에 대해 더 묻고 싶은 것이 많다.ㅋㅋ 문법은 기초부터 다시 한번 다질 거니까 다 안다고 대충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래서 오늘은 Nominalisierung 명사화하기에 대해서 한번 훑었고 확실히 내가 독학으로 봤을 때는 보지 못했던 부분들이 있었다. 수업을 듣기로 결정한 것이 다행이었다. 

 

중간에 30분 쉬는 시간이 있었는데 그때 터키에서 온 애가 왓츠앱에 그룹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나는 왓츠앱 없는데... 못만들 건 또 뭐냐 싶어 그 자리에서 앱을 깔았다. 그 친구는 이 수업을 온라인으로 한번 들은 적 있었고 나에게 독일어시험에 대한 정보를 공유해주었다. 

 

수업이 끝나고 건물을 나왔다. 수업이 있는 건물 뒤쪽 공터에는 대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햇볕을 쬐고 있었다. 이런 풍경 아주 오랜만이구나. 배가 슬슬 고파지기 시작했다. 빨리 집에 가고 싶지만 시내에 있는 서점에 가서 교재를 하야 했다. 내 돈... 교재를 결제하는데 서점에서 Aushilfe 미니잡으로 사람을 구한다는 쪽지를 보았고 냉큼 가져왔다. 이미 서빙 일을 구하기는 했지만 서점에서 일해 보고 싶기 때문에 지원해 볼 생각이다. 자전거 타고 집까지 오는 길은 험난했다. 오늘도 온갖 앓는 소리를 내며 경사진 도로 위 자전거 페달을 밟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