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혹은 저주(2022.04.13.수요일)
오늘도 긴 하루였다. 독일어 수업 듣고 멘자에서 간단한 점심을 먹고 도서관에서 그날 받은 숙제와 스스로 정한 하루 분량의 독일어 공부를 했다. 오늘은 한 시간 반 정도만 하고 나왔어야 했는데 시내에 있는 서점에 면접을 보러 가야 했기 때문이다. 면접이라고 해도 될까? 최저임금노동 시장에서 면접은 보통 간단한 자기소개와 일에 대한 설명 정도로 끝났다. 누구도 지원 동기를 묻거나 나의 인생철학에 대해 궁금해하지 않는다. 나는 면접이고 나발이고 너무 피곤해서 그냥 집에 가고 싶었다. 이상할 정도로 졸렸다. 그래도 할 일은 해야지.
약속한 장소에 가보니 나 말고 두 명의 다른 지원자가 더 있었다. 그들은 다 독일인으로 보였다. 간단하게 인사를 나누고 면접관을 기다렸다. 이 중 한 명만 뽑는걸까? 곧 면접관이 왔고 우리를 별도의 회의실로 안내했다. 조금 뒤에 온 다른 면접관과 함께 자기소개를 시작했고 일에 대한 이런저런 설명을 듣고 궁금한 것을 물어봤다. 시간당 임금은 생각보다 적었고 노동시간도 한 달에 한 번씩 새로 계획을 짜야했다. 경제 공부를 하는 대학생 지원자는 이런 유연성이 맘에 들어서 지원한다고 했다. 새로운 일을 기대했던 나는 조금 실망했다. 이곳에서 내가 하게 될 일은 그저 3-5시간 동안 서서 계산해주는 일이 다였다. 그냥 레스토랑 일 계속할까? 집에 와보니 벌써 서점에서 메일이 와있었다. 5월에 이틀 동안 일을 배우고 그 달 말부터 일을 시작하고 싶으니 근무 가능한 시간대를 알려달라는 내용이다.
이틀 동안 일을 배워 보기는 하고 싶다. 계산대 경험은 또 없으니까. 그리고 만약 대학 공부를 시작한다면 지루하더라도 에너지를 덜 쓰는 서점 일 쪽이 낫지 않을까? 모르겠다.
어느 대학에 지원할지는 어느 정도 마음을 정했고 시험 통과하는 대로 학기 시작 전에 영어, 수학 공부를 좀 해놔야 할 것 같다. 독일어도 걱정인데 영어에 수학? 나 정말 다시 학업 시작해도 되는 걸까? 내가 해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