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일기

Studieninfotage(2022.09.28. 수요일)

돌멩이 2022. 9. 28. 23:25

불안감을 달래고자 사본 책. 3페이지 정도 정독했다.ㅋㅋㅋㅋㅋ

9월 30일 신입생 모집 마감 바로 전 이틀간 한 시간씩 학교에 있는 여러 학과에 대한 정보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나는 이미 실용 수학과 물리라는 과에 지원해서 등록까지 마친 상태이긴 했지만, 그래도 학기 시작 전에 조금 더 구체적으로 학업 방향을 알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에 가보기로 했다. 학기가 시작한 것도 아닌데 괜히 떨렸다. 안경과 간단한 필기도구만 챙겨서 갔다. 도미 출근 시간이랑 겹쳐서 같이 버스를 타고 갔다. 학교가 가까운 것이 참 맘에 든다. 버스 안에서도 설렘 반 걱정 반 섞인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가 다니게 될 학교는 건물이 여러 군데에 살짝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기 때문에 내가 가야 하는 건물을 찾기가 좀 어려웠다. 그래서 15분 일찍 도착했는데도 헤매다가 10분 늦게 도착했다. 그 사이에 비가 와서 외투가 홀딱 젖었다. 건물은 어이없게도 내가 독일어 수업을 들었던 건물이었는데 나도 모르게 긴장을 한 건지 눈앞에 두고도 헤맸다.

도착했을 때는 다행히 설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이었다. 강의실은 작았고 모인 학생 수도 20명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기회가 이틀에 걸쳐 4번 정도 있기 때문에 나뉘어서 그런 건지, 아님 이 과가 비인기 학과인지 알 수 없었다. 어쨌든 그중에서 반 정도는 실험실을 구경하러 가고 나머지 반은 실용수학이 어떤 느낌인지 알 수 있는 짧은 강의를 들었다. 나는 그저 움직이기 귀찮아서 강의를 듣기로 했다. 주제는 <판데믹 시뮬레이션하기>였다. 어떤 조건과 수치를 가지고 확률을 계산해서 예측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수학적 계산을 해보는 강의였는데, 일단 독일어는 거의 문제가 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고, 수학용어는 조금 공부가 필요해 보였다. 내용은 뭐 학기 시작하면 배우는 거고. 그리고 취미로 게임 만들면서 프로그래밍을 조금 독학했던 게 이해하는데 꽤 도움을 줬다. Informatik(컴공)이랑 굉장히 가까운 학문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실제로 다른 학교에는 Angewandte Mathematik und Informatik이라고 둘을 함께 공부할 수 있는 학과가 있는 경우도 있다. 일단 물리가 들어가니까 조금 더 산업적인 느낌(?)이 났다. 

 

시간이 모자라서 교수가 마지막을 얼렁뚱땅 끝내버리긴 했지만 이 학과에 대한 인상은 충분히 전했으니 목적은 충분히 달성했다. 내가 느낀 인상은... 일단 흥미로웠다. 수학적 지식 그 자체보다 수학적 지식을 실생활에 적용시키는 과정에서의 논리적 사고력이 중요해 보였다. 오늘 배운 것은 아주아주아주 기초적이고 단순한 모델이었지만 그래도 내가 걱정했던 것보다 아주 못하겠다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은 게 긍정적이다. 미대 준비한다고 학교에서도 이과 학문은 등한시해왔던 터라 내게는 미지의 영역과 같았기 때문에 이 부분을 배우면 또 세상을 더 다양한 관점으로 볼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내 머리가 과연 이 흥미를 따라갈는지 그건 알 수 없지만... 실제로 독일에서는 수학과 입학자 중 80퍼센트 정도가 졸업을 하지 못하고 전과하거나 포기한다고 한다. 80퍼센트라는 수치가 너무 커서 살짝 두려운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이제는 행여나 중간에 포기하더라도 실패가 아니라는 것을 안다. 이 과정에서 또 나름대로 얻는 것이 있을 것이다. 자신을 바닥까지 내려놓고 보니까 오히려 부담이 없다. 일단 지금은 내년에 인포마틱으로 전과하려는 계획이지만 정말 도미 말대로 이 학과에서 재미를 붙이면 이대로 졸업까지 도전해볼 수도 있는 거고. 아직은 막연하지만 대체에너지 관련 회사에서 일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