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Source-Tomate Sunviva 도르트문트에서 토마토 씨앗이 왔어요!
작년 2월 마스토돈 탐라를 구경하다가 독일 도르트문트에서 토마토 씨앗을 무료 나눔 한다는 툿을 보았다.(트위터의 트윗을 마스토돈에서는 툿이라고 한다. 독일어로는 Troet) 그것도 그냥 토마토 씨앗이 아니고 슈퍼에서는 잘 볼 수 없는 독일 토종 씨앗이란다. 시에서 운영하는 환경청(Umweltamt)에서 하는 토종 씨앗 지키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독일에 사는 누구나 신청만 하면 받을 수 있다. 씨앗은 Sunviva라는 품종으로 노란색이다. 작년에 알게 되자마자 바로 신청했지만 신청자가 많아서 조기종영되는 바람에 받지 못했었는데, 올해 1월에 2023년에도 프로젝트를 진행하니 관심 있다면 신청하라는 이메일을 받았다. 나는 기뻐서 바로 신청했고, 씨앗 10개가 들어있는 봉투 4개를 받았다.(5개까지 신청 가능했다.) 두 개는 내가 심고, 하나는 엘디 주고, 남은 하나는 이웃에게 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리고 2월 20일이었나? 우편함에 살짝 도톰한 편지봉투가 들어있었다.
봉투 안에는 오픈 소스 씨앗 프로젝트에 대한 짧은 설명이 적힌 편지와 보다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있는 전단지가 있었고, 전단지 끝에 붙어 있는 작은 종이 봉투 안에는 깨보다 작은 토마토 씨앗 10개가 들어 있었다. 내용을 읽어 보니, 국제적으로 씨앗시장이 몇 안 되는 큰 기업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상품성이 없거나 적은 품종이 급격하게 사라지고 있고, 그로 인해 지역적 다양성과 기후위기에 적응할 수 있는 품종들이 위협받고 있는 문제적 상황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서 기획된 프로젝트였다. 오픈 소스 씨앗들은 기본적으로 1. 모두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씨앗으로, 키우는 것 뿐 아니라 품종을 개량하는 행위, 개량된 품종을 팔거나 교환하고 선물하는 행위도 허용한다. 2. 아무도 오픈 소스 씨앗의 사용을 개인화할 수 없다. 3. 모든 이 씨앗을 받은 사람들은 위와 같은 라이센스 규정에 따른다.
편지를 읽고 나니 그저 무료 나눔 받으려고 신청했지만, 그 취지가 참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으름 피우지 않고 잘 키워서 7월에 꼭 썬비바 토마토를 수확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나도 먹고 남은 씨앗들을 모아 계속 키워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양이 많다면 주변의 이웃과 나누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일단 작은 화분 3개에 20개의 씨앗을 나누어 뿌렸다. 2월 중순에 파종하면 된다고 적혀 있었는데, 내가 보낸 씨앗을 받은 엘디와 오늘 아침에 통화하면서, 그래도 날이 아직 추우니 집 안에 두는 것이 좋다는 말을 들었고, 나는 거실 창가에 두기로 했다. 과연 싹이 날지 가슴이 두근거린다. 깨알같이 작은 씨앗이 싹을 틔우고 나중에는 커다란 식물이 되어 꽃을 피우고 열매까지 맺는 과정을 지켜보는 일은 언제나 신기하고 가슴 벅차다. 이제 학교에 다니기도 하고 텃밭에 신경을 많이 못쓰겠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토마토 씨앗을 심으면서 다시 이것저것 심고 싶은 것들이 생각났다. 다시 한 해 농사ㅋㅋㅋㅋㅋ 계획을 세워야겠다. 이번에 토마토 심으면서 쑥갓과 시금치도 파종했으니 이따 내려가서 깻잎 씨앗도 걷어 오고, 텃밭 정리도 좀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