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뉘른베르크 외국인청은 왜 그런 건물로 이사를 갔을까?
2023년 새해와 함께 내 영주권 임시비자 만료일이 다가왔다. 가지고 있던 거주허가증 유효기간이 만료되어 온라인으로 영주권 신청을 한 게 벌써 작년 3월, 하지만 외국인청 온라인 서비스 웹사이트 한쪽에 쓰여있는 처리 중(in der Bearbeitung)이라는 글씨는 2023년까지 처리완료로 바뀌지 않았다. 이제 3월 28일이면 이 임시비자의 체류권한마저 사라지니 영주권이 아직이라면 임시비자 기한이라도 다시 연장을 해야 했다. 일단 외국인청 홈페이지에 적혀 있는 대로 온라인으로 신청을 해보기로 했다. 일단 임시비자 Fiktionsbescheinigung을 찾았고, 설명을 보니 먼저 거주허가증 Aufenthalstitel을 신청해야 한다고 했다. 나는 영주권을 이미 신청했기 때문에 여기에 해당되지 않았다. 하지만 임시비자 연장에 대한 설명은 어디를 봐도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전화로 문의해야 했다. 서비스센터와 외국인청 번호가 다른데, 먼저 외국인청에 직접 아침 7시에 일어나서 오전 내내 전화를 걸었고, 하루 종일 실패를 반복한 뒤, 다음 날 서비스센터에 연락했다. 전화 연결이 됐다. 하지만 서비스센터 직원은 내 질문에 답할 수 없었고 그나마 시도한 3번의 담당자 전화연결은 다 실패. 그리고 바로 전화가 끊겼다. 다음 날 다시 걸었을 땐 다시 다른 직원과 연결되었다. 그리고 그녀는 새 임시비자를 다시 신청하라면서 친절하게 사이트 어디를 보면 되는지까지 알려 주었다. 나는 그녀가 알려준 대로 무사히 신청을 완료했고, 그에 따르는 수수료도 지불했다. 임시비자는 빨리 올 거라는 그녀의 말과 달리 일주일이 넘게 기다려도 우편이 오지 않았고, 그 사이 내 임시비자의 만료일이 가까워지자 나는 불안해졌다. 그 사이에 알바도 새로 구해서 거주허가증이 꼭 있어야 했다. 그리고 다시 온라인상의 내 페이지를 확인해 보니 웬걸, 파일이 하나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건 새 임시비자는 아니었고 내가 이미 가지고 있는 거주허가증에 대한 증서였다. 어쨌든 이걸 인쇄해서 보여주면 되겠다 싶어 안심하던 것도 잠시, 자세히 보니 날짜가 이상하다. 만료일이 2021년으로 되어 있었다. 뭐지? 바로 짜증이 밀려왔다. 나는 바로 새로 같은 양식을 작성해서 온라인 페이지에 제출했다. 이번에는 정확하게 내 임시비자의 만료일을 적었다. 그리고 이삼일 뒤... 서비스센터 직원에게서 연락이 왔다. 왜 이미 완료한 건을 다시 시도하냐면서 그녀는 그 서류는 내가 가지고 있는 거주증을 확인해 주는 서류로, 새 임시비자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서류라고 했고, 나도 가만있지 않고 아니 그럼 네 직장동료는 왜 나에게 그렇게 친절하게 틀린 정보를 알려 준 건데?라는 말을 친절한 어투로 물었다. 통화할 당시엔 이미 내 임시비자의 유효기한이 만료된 상태여서 급한 처지를 말했더니 그럼 외국인청으로 직접 와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을 테니 일찍 오는 것이 좋을 것이라 했다. 지금 온라인으로 안 되는 것도 전화 안 받는 것도 열받지만 일단 일은 해결해야 하니 가라면 가야지. 내가 오픈 시간을 물으니 8시인데 7시부터 기다리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여기서 짜증이 확 났다. 아니, 거의 한 달가량 내가 건 전화와 온라인으로 작성하고 제출하고 했던 서류들은 다 뭐야... 내 시간, 내 에너지, 내 돈!!!! 두 번째 건에 대한 수수료는 돌려받는다고 했지만 첫 번째는 이미 완료된 건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면서 돈도 받아먹고! 씨... 4월이라고 해도 아침저녁으로는 날이 많이 추운데 이 날씨에 아침 7시부터 밖에서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고? 야이 독일 이 ㅁ어레ㅐㅁㄴ ㅇㄹ머네애럼ㄴ어래ㅓㅁㄴ;ㅇ롬
2023년 4월 5일 수요일... 아침 6시 10분에 전날 맞춰둔 알람을 듣고 바로 일어났다. 밖은 생각보다는 밝았지만(이 시간에 일어난 적이 없음) 춥기는 너무 추웠다. 옷을 껴입고, 겨울 모자와 목도리를 했다. 따뜻한 차도 준비했다. 여권과 임시비자 그리고 혹시 필요할 수 있는 약간의 현금도 챙겼다. 외국인청은 원래 시내에 있었는데 이사해서 우리 집에서 되려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 자전거를 탈까 하다가 역시 추워서 버스를 탔다. 당연하게도 버스를 한 대 놓치고 10분 기다려서 7시 20분에 외국인청 앞에 도착했다. 그리고... 나는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저 멀리 보이는 건물 앞에 보이는 검은 실루엣들이 길이가 꽤 됐다.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다들 한겨울 패딩차림이었다. 어떤 사람은 아예 간이의자를 가져와서 앉아 있었다. 내 뒤로도 외국인처럼 보이는 사람 한 두 명이 걸어 오길래 그거 한두명 제껴 보겠다고 빨리 걸었다.(일타스캔들에서 남행선이 딸 수학학원 등록하러 가던 장면이 떠올랐다.) 줄을 서고 보니 그저 한숨만 나왔다. 3차선 도로로 차들이 오가는 소리가 제법 컸음에도 추위가 그 소리를 먹먹하게 만들었다. 맨 앞에 있는 사람들은 7시 정각에 온걸까? 아님 더 이른 시각에? 오픈시간까지 기다린 그 30분이 꼭 한 시간같았다. 심심하고 추워서 앞에 사람한테 괜히 말도 걸어 보고, 화가 나서 사진도 찍고, 마스토돈에 글도 남겼다. 도미는 아직 자고 있을 것 같아서 전화하지 못했다. 손발이 어는게 느껴져서 팔짱도 꼈다가 외투 주머니에도 넣었다가, 섰다가 쭈구려 앉았다가, 괜히 건물 앞까지 가서 기웃거렸다. 어떤 사람들은 제자리에서 발을 동동 굴렀고, 한 사람은 짧은 구역을 왔다갔다 걸었다. 내 뒤에는 친구 사이인지 두명이 같이 왔는데 계속 러시아어로 수다를 떨었다. 그렇게 한시간 같은 30분이 흘러 외국인청 문이 열렸지만 기다림은 계속되었다. 내 뒤에 서있는 사람들 수가 내 앞에 있는 사람들 수만큼 많아졌다. 전화연결에 성공해서 약속을 잡고 온 사람들도 있었다. 보니까 창구가 두 개 있어서 하나는 약속 잡은 사람들 용, 다른 하나는 나처럼 약속 없이 온 사람들 용이었다. 저 사람들은 대체 어떻게 전화연결에 성공한 거지?(전화연결을 통해서만 약속을 잡을 수 있다.) 그들 중에는 아이들과 같이 가족 전체가 같이 온 경우도 있었다. 다행인지 뭔지 줄 서있는 사람들은 다 성인처럼 보였다. 나이가 좀 지긋하신 분들도 있긴 했다... 가 아니고. 아니, 나이를 떠나서 그냥 비인간적인거지. 이 추위에 사람을 세워 놓고. 건물 안에서 기다리게 하면 안돼? 오픈시간이지만 건물 문은 밖에서 열 수 없게 되어 있고 안에서 안전요원이 열고 나와 다음 사람을 들여보내준다. 창 너머로 보니까 크기도 꽤 크구만. 아니 애초에 왜 대기실이 없어? 시내에 있을 때는 적어도 안에서 의자에 앉아서 기다릴 수 있었다. 그때도 외국인청은 올 곳이 못된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정말... 기다리는 동안 도미와 한바탕 실컷 독일 행정 서비스 욕을 했지만 성에 차지 않았다. 핸드폰을 들고 있는 손이 따가워 오래 통화하지도 못했다. 그저 조금씩이나마 줄어드는 줄이 희망이었다. 한 두시간이 지나고 나니 어쩌면 내 차례까지 오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인터넷과 건물 어디에도 정확한 영업시간을 일러 두지 않았다. 그냥 전화연결 가능한 시간이 12시 30분까지여서 막연하게 그게 영업시간인가보다 생각했다.) 그렇게 3시간을 기다려서 내 앞 사람이 들어가는 것을 보니 마음이 놓였다. 그 사람과는 어떤 동지애마저 들었다. 그렇게 내 차례가 왔는데... 들어가서 언 몸을 좀 녹일 수 있을까 했던 마음이 무색하게 안전요원에게 내가 온 목적을 말하고 여권과 임시비자를 주고 나니 다시 내보낸다. 밖은 너무 추워 나는 엉엉엉 울어ㅜㅜ 잠깐의 따뜻함도 잠시 밖에서 다시 30분을 서있었다. 하늘에는 해가 떠있었지만 이미 뼛속까지 시린 몸을 녹여주지는 못했다. 드디어 담당자가 나와서 내 이름을 불렀다. 그리고 그녀는 내 1년 더 연장된 임시비자를 주었다. 나는 만난 김에 궁금했던 것들 싹 물어보고, 이 추위에 왜 사람들을 밖에 두냐는 질문을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녀는 건물 안 공간이 좁고, 개인정보비밀보장 문제가 있어서 그렇다고 했다. 그렇구나... 가 아니고 아니 그럼 왜 이딴 건물로 이사를 왔는데? 라는 다음 질문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나는 그냥 멀건 웃음을 보이고 인사를 건넸다. 내 뒤로도 아직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당장 집에 가고 싶었지만 근처에 있는 바우하우스에서 부엌용 실리콘을 사가려고 했었기 때문에, 그리고 일단 어디 좀 따뜻한 곳에 들어가서 몸을 당장 녹이고 싶었다. 그렇게 장까지 봐서 집에 오니 12시... 4시간 정도를 날씨가 영하 4도에서 영상 5도 사이인 야외에서 보낸 것이다. 생각해보니까 임시비자 연장에 대해서는 수수료를 받지 않았네 왜? 자기들이 애초에 임시비자를 너무 짧게 줬으니까! 그럼 왜 나는 오늘 오전 내내 그 고생을 한거지? 다시 화가 치밀었다. 도미는 거기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독일인들이었다면 이미 신문 기사로 널리 알려졌을 일이라고 했다. ㅆㅂ 그래? 그럼 나도 기사 내야지. 이 글 쓴 이유도 일단 두서없이 생각나는대로 써놓고 독일어로 정리해서 뉘른베르크 지역 신문에 보내려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거기까지 해야 이 분노가 좀 가라앉을 것 같다. 춥고 배고프고 그 와중에 하품은 연신 나오고... 어쨌든 집에 와서 바로 국수 끓여서 만두랑 먹고 루핀 커피를 한바가지 마셨다. 커피 내릴 때 올라오는 증기가 따뜻해서 거기에 얼굴을 좀 대고 있었다. 지금도 자켓 하나를 껴입고 있는데 그래도 뼈 속부터 추위가 뿜어져 나와 주기적으로 몸서리가 쳐진다. 내일 수영 가고 모레부터 이틀 알바 있으니까 오늘은 좀 쉬어야겠다. 으슬으슬 한기가 느껴진다. 아니, 내가 감기라도 걸리면 어쩔 거야? 지들이 내 약값 챙겨 줄 거야? 수영장 물도 에너지 절약한다고 2도 내렸다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