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배운 것(2023년 10월 20일 금요일)
겨울 수영강습에 등록했다. 여름에 배운 뒤로 수영판 없이 겨우 몇 미터 허우적거릴 수 있는 정도가 되어서 같은 레벨의 강습을 다시 듣는게 좋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7월과 8월은 강습이 없었고, 9월 초까지는 집 근처에 있는 좋은 야외 수영장을 발견해서 남편이랑 같이 가거나 혼자라도 자주 가서 놀았더니 확실히 헤엄쳐서 갈 수 있는 거리가 늘었다. 알바 끝나고 피곤해도 수영장 가서 연습하고 오면 개운한 것이 기분까지 상쾌해졌다. 그리고 9월 말에 수영강습이 다시 시작되었다. 이번에는 첫날 바로 물이 점점 깊어지는 수영장으로 갔는데, 저번보다는 무서움이 덜했으나 역시 발이 땅에 닿지 않을 거리까지 수영한 후로는 자신이 없었다. 수영판을 잡고 한 두 바퀴 돈 후에야 도움없이 수영할 수 있었다. 그마저도 중간에 한 번은 쉬는 경우가 많았다. 발이 닿는 높이의 수영장에서는 제법 잘했다. 선생님이 폼이 좋다고 하셨다. 호흡도 낮은 곳에서는 잘했다. 그런데 깊은 곳이라는 생각이 딱 들면 머리를 도저히 물 속으로 넣을 엄두가 나지 않다. 나는 왜 이렇게 겁이 많을까?
오늘은 기존의 선생님이 못오셔서 저번 강습에서도 몇 번 봤던 다니엘라가 왔다. 다니엘라는 우리가 수영하는 것을 한 번 보더니 호흡을 다시 배우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길다란 스티로폼을 양쪽에서 잡고 가운데에서 한 사람이 수영을 하면 물 속에 들어가고 나오면서 호흡하는 타이밍에 맞춰서 스티로폼을 내렸다 올려서 도와주는 식이었다. 저번에 몇 번인가 해 본 것이었다. 그리고 나는 이미 호흡을 하면서 수영하기 때문에 좋은데 문제는 눈을 물 속에 있을 때 감고 나와서 호흡할 때 뜨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해야 맞는 것이었다. 나와서 호흡할 때 눈을 뜨면 일단 물이 눈 속에 들어가서 따갑고 물 바깥에서 호흡하는 시간이 짧기 때문에 뭘 보려해도 볼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나는 바로 연습했다. 처음에는 눈 뜨고 감는 생각하느라고 호흡을 아예 잊어버렸다. 그래서 두번째부터는 물 속에서는 맘대로 하고 물 밖에서는 무조건 감는다는 생각으로 연습했다. 그렇게 하다보니 한 두번은 제대로 하기 시작했고, 마지막에 가서는 꽤 제대로 할 수 있었다. 생각대로 몸이 움직이니까 너무 재밌었다. 뭣보다 물 밑에서 눈을 뜨니까 안정감이 들어서 더 오래 물 밑에 머물 수 있게 되는 것이 정말 신기했다. 수영은 이렇게 하는거구나! 물에 대한 두려움도 조금은 사라진 것 같았다.
이번 주부터 새 학교에서의 첫 학기가 시작되었다. 이번에는 정말 내가 원했던 과에 들어갈 수 있었다. 과 정원은 200명을 훌쩍 넘겼고, 수업은 이론수업이 압도적으로 많아서 걱정이지만, 진도를 전 학과에서 보다는 조금 천천히 나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저번 학교에서 같은 과였던 학생들이 몇몇 보였다. 그 중 한 명과는 우연히 기차 안에서 만나서 번호도 주고 받았다. 하지만 매일 독일어로 듬뿍 샤워를 하고 기진맥진해져서 집에 오면 잠들기 전에 여러 걱정이 생긴다. 대학수학을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시험 망치면 어쩌지? 독일어로 장문의 텍스트를 써본지가 언제던가? 팀 과제가 주어지면 누구랑 하지? 졸업을 할 수 있을까? 요즘 난민 문제로 다시 시끄러운데 외국인에게 보수적으로 바뀌면 졸업한다 해도 적당한 일자리를 구할 수 있을까? 한국 상황도 좋지 않은데... 등등. 벌써 다음주부터 매주 과제에 시달릴 텐데 알바에 수영까지 괜찮을까 싶었는데 오늘 수영강습에 다녀오고 나니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바도 주 1일로 줄였으니 해보는데까지는 해보자. 불확실한 때일 수록 오히려 두 눈 뜨고 제대로 보려고 노력해야지. 나놈 화이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