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

세이탄을 만들자!

돌멩이 2020. 4. 10. 07:26

확장공사로 인해 4월에 재오픈 예정이었던 비오마트가 코로나 바이러스가 닥치자 오픈날짜를 연기했다. 때마침 바로 옆에 있는 대형마트에 비오코너가 생겨서 요즘은 어쩔 수 없이 거기에서 주로 장을 본다. 뭐, 사고 싶은 것들 대부분 다 있는데 한가지 없어서 아쉬운 것! 바로 세이탄이다. 플라스틱 포장재 소비라도 줄여보자 결심하고 나서 사지 않게 된 것들이 몇가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두부! 아시아 마트에서 가끔 두부를 포장재 없이 판다고 하는데 나는 아직 보지 못했다. 플프리샵에 가면 두부를 구할 수 있지만 비싸고 아시아마트보다 멀어서 거기도 자주 가기는 힘들다. 그러다 비오마트에서 발견한 것이 유리병에 든 세이탄이었다. 세이탄은 밀가루와 물로 만드는 글루텐 덩어리인데 단백질 함량이 높고 식감이 쫄깃하니 좋다. (단백질 함량이 고기보다 두세배 높다고 한다.) 맛은 원래 아무 맛도 나지 않지만 내가 사먹는 것은 간장, 설탕, 레몬 등으로 조미가 되어 있어 짭조름하고 신 맛이 난다. 그래서 그냥 먹기보다는 볶거나 찌개에 넣거나 튀김 옷을 입혀 슈니첼처럼 먹기 좋다. 그래서 신나게 사먹었었는데 비오 마트가 문을 닫으면서 구하기 어려워졌다. 그러다 마침 열혈 유투브 구독자인 지인 덕분에 서정아님의 밀고기 만드는 법 영상을 보게 되었고 나는 바로 시도해 보기로 마음 먹었다. 

 

처음 만들었을 땐 쉬웠는데, 오히려 두번째에 처음 실패를 경험했다. 그 뒤로 두 번을 더 만들면서 얻은 나의 노하우와 주의할 점을 공유해보고자 한다. 

 

사진 출처: https://www.ecoget.de/Arche-Seitan-in-Scheiben-650-g

- 서정아님 유투브 채널 밀고기 만드는 법 영상 링크:https://youtu.be/ohYiXTIGOq0

 

준비물: 밀가루 1kg, 물 1l, 깨끗한 손, 체력, 앞치마

 

- 반죽기가 있는 경우: 

 

1. 밀가루와 물을  커다란 볼에 넣고 숟가락으로 잘 섞어준 뒤 10분간 반죽기로 저어 준다. 

2. 반죽을 30분 상온에 둔 뒤 볼 째로 싱크대에 두고 찬물에 반죽을 빨아 준다. 

3. 하얀 물이 투명해질 때까지 치댄다. 

 

- 손으로 할 경우: 

 

1. 밀가루와 물을 커다란 볼에 넣고 숟가락으로 잘 섞어준 뒤 10분간 열심히 섞어 준다. 나는 쌍숟가락 스킬을 사용했다. 열심히 젓다가 아휴 못해먹겠다 싶을 때 쯤 10분이 지난다. 사용한 숟가락은 바로 씻어 준다. 안그럼 나중에 씻기 힘듦.

 

2. 30분 상온에 둔 뒤,  반죽을 찬물에 넣고 손을 밖에서 안으로 누르면서 반죽한다. 이때 엄청 하얀 물이 나오면서 1차 당황, 헹굴 수록 반죽이 풀어져서 2차 당황하게 되는데 이 순간을 잘 넘기는 것이 중요하다. 헹군 물을 끝까지 다 버리려고 하면 반죽이 같이 흘러 나오기 때문에 이때 체에 받쳐 거르려고 하기 쉽다. 하지만 절대 그러면 안된다. 체에 거르는 순간 반죽은 반죽대로 버리고 반죽이 늘러붙은 체를 설거지해야 하는 운명에 놓이게 된다. (서정아님은 체를 쓰라고 하시는데 그것은 반죽이 어느 정도 손에 잡힐 때 말이다.)그러지 말고 손을 대고 반죽이 흘러나오지 않을 정도로만 물을 버린다. 

 

3. 반죽을 찬물에 넣고 손을 밖에서 안으로 누르면서 반죽하기를 계속 반복한다. 여기서 인내심이 요구된다. 그러다보면 한 10분? 15분 지나면 반죽 크기가 훅 줄어들면서 반죽이 흩어지지 않고 손에 잡히는 순간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이 순간이 오면 일 다 된거나 마찬가지다. 슬라임이든 누구 내장이든 마음대로 상상하며 자유롭게 마구 주물러 준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맑아진 물을 보게 될 것이다. 손에는 장기가.. 아니 세이탄 반죽이 보인다. 

 

4. 조림물을 만들어준다. 나는 간장, 설탕, 생강, 후추, 마른허브믹스만 넣었는데도 만족스러웠다. 물로 간을 간간하게 맞춰준다. 재료 비율은 입맛대로... 어차피 조림물과 함께 보관할 것이기 때문에 너무 짜게 만들지는 말자. 조림물이 끓으면 세이탄 반죽을 손으로 떼어 넣어준다. (꼭 끓을 때 넣어주자. 안그러면 애써 떼어낸 반죽이 다시 붙는다.) 세이탄이 익었는지 아는 방법은 부피가 불어나 있고 물 위에 둥둥 뜨면 익은 것이다. 그러면 불을 끄고 한김 식힌 후 소독된 유리병에 넣어주면 끝!!!!!!!! 

5. 이 아니라 설거지를 꼭 바로 해줘야 한다!!!! 누구도 밀가루 물이 들러붙은 용기와 싱크대와 씨름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을 끝내고 나면  1시간이 지나 있다. 내가 만든 세이탄이 너무 맛있어서 사람들에게 돈받고 팔고 싶다는 생각이  사라진다. 밀가루 1kg 만들면 500g 유리병 하나 나오는데 이걸 사람들이 얼마면 살까? 5유로? 1시간에 5유로라니... 반죽기를 사서 한다 치고 30분에 한병 만든다 해도 시급 10유로다. 지금 내가 하는 일과 비슷한 수준이잖아!!!!!! 부업으로 해볼까... 마트에서  무릎을, 세이탄 만들어서  손목을 돈과 바꾸기. 어쨌든 내가 먹기엔 정말 정말 맛있고 무엇보다 식감과 맛을  마음대로 조절할  있다. 반죽을 많이 치댈 수록 쫄깃해져서 한국에서 시판되고 있는 비건 어묵과 비슷해지고 반죽을 덜하면 우동에 들어있는 유부와 비슷한 식감이 난다. 딩켈가루를 쓰면 더 단단해지는 것 같다. Vollkorn은 아직 써보지 않아서 모르겠는데 반죽을 씻을 때 껍질같은 것이 나온다고 한다. 

볼이 클수록 좋다. 하지만 싱크대에는 들어갈 수 있는 크기여야 한다.
숟가락 두개로 마구 휘저어준 결과... 
이때 당황하면 안된다. 그리고 찬물을 사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손 시렵다고 따뜻한 물 쓰면 안돼!
이미 다한거나 다름없지만 이후로도 몇번을 더 치댔다고 한다... 많이 치댈수록 쫄깃해진다.
아름답도다.
밀가루 2kg으로 만든 양. 밀가루 양의 반 정도 나오는 것 같다. 
내가 만든 세이탄이 들어간 채소덮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