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자에 손잡이구멍 뚫기 그리고 유럽의 Lieferkettengesetz(공급사슬법)
오늘도 어김없이 출근했다. 어제 준비해 둔 빵차를 냉동창고에서 꺼내 대형 오븐에 넣고, 내일을 위한 빵차를 채우기 위해 빵(Brötchen)이 든 상자들을 냉동창고에서 가져온다. 커다란 빵(Brot)도 필요하다. 보통 빵들은 종류에 상관없이 규격화된 크기의 종이상자에 비슷한 무게로 포장되어 온다. 커다란 빵은 무게가 나가서 조금 더 두꺼운 종이에 높이가 낮은 크기의 종이 상자에 포장되어 있다. 커다란 빵은 낱개로 비닐포장되어 있고, 보통 빵들은 20개 내외로 비닐포장되어 있다. 일주일에 두 번 판매할 빵들을 주문하는데 보통 24개의 상자가 한 팔레트(Palette)로 3-5개 정도 되는 양을 주문한다. 주문한 빵들이 도착했다는 전화를 받으면 냉동창고에 가서 수량이 맞는지 확인한 후 빵이 든 상자들을 팔레트에서 냉동창고로 분류하여 옮기는 작업을 한다. 그리고 냉동창고에 보관된 상자들은 다시 그날 그날 필요한 양만큼 오븐이 있는 빵집으로 옮겨진다. 그러니 안에 스프링이 있어 엄지로 밀면 칼날이 나오고 손가락을 떼면 저절로 들어가는 작업용 칼과 두꺼운 면장갑이 일하는데 꼭 필요하다. 매일 상자를 나르고 포장을 뜯고 넓게 펴서 수거함에 버리는 일을 한다. 보통 사람들이 빵집에서 일한다고 하면 상상하는 모습과는 내가 하는 일은 좀 거리가 있지 않을까 싶다.
어쨌든 이렇게 매일같이 아무 생각없이 보던 빵이 든 상자들을 오늘은 좀 유심히 보았다. 최근에 마트 노동자들의 상자에 구멍을 뚫어 달라는 요구를 회사가 1년이 넘도록 묵살하고 있다는 기사를 읽었기 때문이다.( mnews.jtbc.joins.com/News/Article.aspx?news_id=NB11972011) 과연 모든 상자는 아니지만 독일 마트에서 쓰는 상자들에는 대부분 구멍이 뚫려 있었다. 무거운 큰 빵이 들어있는 상자에는 양 옆에 그리고 뚜껑에도 구멍이 있어 뚜껑을 열기 편하게 만들어져 있었고, 작은 빵이 든 상자들은 개 중에서도 무거운 것들과 바게트처럼 길어서 부러질 위험이 있는 것들에는 구멍이 뚫려 있었다. 이게 뭐라고. 구멍이 있으면 이미 누구나 알고 있듯이 무거운 상자를 들기가 훨씬 수월하고 손목과 어깨 관절에 무리가 갈 일이 적다. 이게 정말 뭐라고.
지금 유럽에서는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면서 원자재를 생산, 가공하여 최종제품을 판매하는 모든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권문제와 환경문제에 대해 책임을 질 것을 요구하는 공급사슬법 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금 정의당에서 요구하고 있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포괄하는, 인권문제에 속하기도 하는 환경문제까지 포함한 법이다. 지금의 기후위기상황에 직접적으로 책임이 있는 기업들의 부당한 착취와 파괴행위를 법적으로 처벌할 수 있게 된다면, 앞으로는 그러한 기업들은 살아남기 어렵게 될 것이다. 사실 마땅히 그래야 하는 법인데 이제껏 누려서는 안될 특권을 기업들이 무분별하게 누려왔던 것이다.
최근에 새로 생긴 플라스틱프리샵에서 파는 비건요거트를 먹었고 설거지를 하다가 유리병에서 종이라벨이 쉽게 분리되는 것을 보았다. 순간 이거지! 하는 쾌감이 들었다. 이미 방법은 있고, 선택의 문제다. 이런 쪽으로 보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다 보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방법도 분명 고안될 것이다. 환경도 인간/비인간 동물을 착취하지 않는 지속가능한 삶을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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