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부틀 만들기
곡물그라인더를 이용해서 콩가루를 만들었으니 이제는 두부 모양을 잡을 틀이 있었으면 싶었다. 인터넷을 보니 두부틀이 없어도 집에 있는 물건들을 활용해서 이렇게 저렇게 두부를 만들 수 있다 그래서 나도 이렇게 저렇게 따라서 해봤고 결론은 두부틀이 필요해 보였다. 무엇보다 설거지거리가 너무 많이 나오는게 힘들었다. 두부틀이 있으면 두부틀과 물을 받을 그릇 하나만 있으면 되니까 뒷처리하기도 수월할 것 같았고 실제로 그랬다.
두부틀이 없는 독일 사람들은 치즈 굳히는 기계(Küchenpresse)를 이용하기도 했고, 나무로 만든 두부틀을 독일에서 만들어 비싼 가격에 팔기도 했다. 이런 저런 디자인의 두부틀을 구경하다가 독일 내에서 배송받을 수 있는 것들 중에는 마음에 드는 두부틀을 찾기가 어려워 결국은 내가 직접 만들어 볼 용기가 생겼다. 나무로 만드는건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참고할 만한 두부틀 사진을 보고 도안을 그리고 마음에 드는 크기를 정했다. 처음에는 못을 쓰지 않고 나무판을 톱니 모양으로 잘라 끼워맞추는 식으로 만들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고, 녹슬지 않는 못이 있다 그래서 그냥 못으로 박기로 했다.(잘한 결정이었다.)
필요한 자재를 사러 오비이(OBI)에 갔다. 톱질을 최소한으로 할 수 있도록 이미 대패질까지 되어 있는 길다란 나무판자를 골랐다. 가문비나무(Fichte)랑 너도밤나무(Buche) 두 종류가 있었는데 너도밤나무가 조금 더 비쌌지만 단단하고 잘 휘지 않는다고 해서 너도밤나무로 골랐다. 너비가 내가 원했던 10cm짜리가 없고 최대 6cm가 있길래 판자 두 개를 붙여서 12cm 높이로 만들기로 계획을 변경했다. 두께도 1cm짜리만 있어서 원래 계획했던 0.8cm와 별로 차이가 없어 그냥 샀다. 그 다음 필요한 못과 목공용 풀, 톱날을 샀다. 재료 값만 생각하면 파는 것의 절반 정도가 들었다. 하지만 들인 시간을 생각하면ㅋㅋㅋㅋ 만들면서 재밌고 뿌듯했던 마음으로 퉁치기로 했다.
다음 날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갔다. 과정을 간단하게 기록해 보자.
0. 나무판 두개 붙이기: 목공용 풀로 판자 두개를 붙여서 클램프로 고정시켜서 말렸다.
1. 판자 자르기: 발코니에서 작업해야 해서 그나마 따뜻한 대낮에 시작했다.(독일은 4월에 눈이 내린다.)
2. 전동드릴로 물이 빠질 구멍을 뚫었다.
3. 사포로 각 면과 모서리 부분을 매끄럽게 갈았다.
4. 조각들을 물에 한 번 씻어서 천으로 닦아 말린 뒤, 한 번 더 고운 사포로 밀었다. 이렇게 하면 두부 만들 때 틀이 물에 젖어도 각질(?)이 일어나는 현상이 줄어든다고 한다.
5. 이제 조각들을 조립하는 일만 남았다. 판자 두께가 얇고 단단해서 아주 얇은 드릴못으로 구멍을 먼저 뚫고 못을 박기로 했다. 여기에서 의외의 복병이 있었으니 그것은 나사못! 나사못이 너무 물러서 판자 구멍 안에서 부러져 버린 것. 나사못 갯수를 딱 맞게 산 덕에 한 곳에는 못을 박을 수 없게 됐다. 한 모서리 당 위 아래로 두 개씩 박았으니 하나 없는 것은 괜찮기를 바라면서 목공용 풀을 열심히 발랐다.
!주의! 목공용 풀은 꼭 방수가 되는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
6. 바닥 부분과 두부 누르는 부분은 목공풀로 붙였다. 나사못이 보이지 않게 얇은 판자를 덧대어 주었다. 그리고 하룻밤 클램프로 고정시켜 두었다.
7. 드디어 완성!!!
이렇게 만드는데 총 5시간이 걸렸다.ㅋㅋㅋㅋㅋㅋ 파트너가 톱질과 나사못 박는 일을 도와주지 않았으면 더 오래 걸렸을 것이다. 그래도 만들어 놓고 보니 아주 뿌듯했고, 만드는 과정도 즐거웠다. 다음에는 이 두부틀을 가지고 두부 만드는 과정을 공유하는 글을 쓰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