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

두부를 만들자

돌멩이 2021. 4. 17.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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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물용 핸드그라인더.... 한마디로 맷돌!

참지 못하고 질러버렸다. 어쩔 수 없었다. 나는 스스로를 납득시키기 위해 보다 많은 이유를 찾기 위해 애썼지만 사실 단 한가지 이유였다. 콩가루와 찹쌀가루. 나는 곡물용 핸드그라인더를 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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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틀 만들기

곡물그라인더를 이용해서 콩가루를 만들었으니 이제는 두부 모양을 잡을 틀이 있었으면 싶었다. 인터넷을 보니 두부틀이 없어도 집에 있는 물건들을 활용해서 이렇게 저렇게 두부를 만들 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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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탄의 쫄깃함으로 만족할 수 없었다. 고소하고 부드러우면서도 탱글한 두부. 어떻게 먹어도 맛있지만 갓 만든 두부는 그냥 두부만 먹어도 엄청 맛있지 않은가. 곡물용 핸드그라인더도 두부틀도 다 이 날을 위해 사고 만들었다. 여기에 한가지 아이템을 더해 두부를 만들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했다. 그 아이템은 독일어로 Passiersieb! 수동착즙기로 볼 수 있다. 독일인들은 과일쥬스를 만들거나 기름을 짤 때 쓴다고 하지만 체에 비지를 걸러 숟가락으로 꾹꾹 눌러 콩물을 내던 나는 이걸 보자마자 콩물 짤 때 딱이겠다 생각했다. 

이제 만반의 준비를 했으니 두부를 만들어 보자.

 

1. 그라인더에 백태 200g을 가루 내어 물 1L를 넣고 잘 풀어 30분 정도 둔다. 미리 만들어 둔다면 냉장고에서 하룻밤 두면 좋다. 

 

손잡이를 돌리면 비지만 남고 콩물은 내려간다. 

 

체에 달린 누르개는 분리할 수 있어서 세척이 용이하다.

 

2. 고운 체에 받쳐 비지를 거르고 콩물을 낸다. 원래 천주머니에 넣고 짜지만 나는 그 과정이 힘들어서 체를 이용하기로 했는데 천에 짜면 확실히 콩물 입자가 더 곱다.

 

3. 냄비에 콩물을 넣고 중불에서 계속 젓는다. 콩물이 바닥에 늘러붙지 않도록 너무 높지 않은 온도에서, 숟가락으로 계속 저어가면서 콩물을 끓인다. 한 10분 남짓한 시간이 지나면 점점 거품이 생기다가 갑자기 부르르 끓어 넘치려고 한다. 그때 재빨리 불을 끄거나 차가운 바닥으로 냄비를 옮긴다. 

 

4. 불을 끈 상태에서 콩물을 잠깐 저어주며 식힌다. 그 사이 간수를 만드는데 나는 니가리를 사용했다. 니가리는 염화마그네슘Magnesiumchloid 으로 바닷물로부터 소금을 분리하고 남은 해수를 졸인 것이다. 일본에서 건강식품으로 알려져 있고, 독일에서도 반 티스푼을 물에 타서 하루 한 잔, 일주일에 4번 정도 마시라는 식이다. 나는 아직까지는 두부 응고제로만 써봤다. 어쨌든 니가리 1/3큰술에 물을150ml (커피잔) 정도 넣고 숟가락으로 잘 저어서 녹여 준다. 

 

5. 한 김 식힌 콩물에 간수를 조금씩 부으면서 숟가락으로 콩물 여기저기 골고루 간수가 퍼지도록 살살 젓는다. 간수를 너무 많이 넣으면 쓴 맛이 나니 붓다가 물이 맑아지는 것 같으면 멈추고 뚜껑을 덮어서 10분 정도 응고될 시간을 준다. 

 

모부가 보낸 연두가 눈에 띄길래 올려줬는데 사실 더 가벼운게 좋다. 

 

6. 그 사이 두부틀을 팬이나 넓고 평평한 그릇에 놓고 천을 준비한다. 두부틀 위에 천을 놓고 응고된 콩물을 그 안으로 붓는다. 물이 빠지게 몇 번 살살 흔들어 준 뒤 천을 덮고 두부틀 누르개를 덮어 몇 번 꾹 눌러 준다. 너무 세게 힘을 줄 필요 없다. 물을 너무 많이 빼면 두부 식감이 건조한 스펀지처럼 된다. 그냥 몇 번 누른 뒤 누르개 위에 살짝 무게감이 있는 것을 올려 두고 10분 정도 기다린다. 

 

요즘 콩물로 끓인 버섯전골 맛에 푹 빠졌다. 곰국같은 느낌이 있다. 

 

7. 이제 덮어둔 누르개와 천을 열어 보면 한 김 식어 부드럽고 촉촉하게 뭉쳐있는 따뜻한 두부 한 모가 완성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간수를 많이 넣지 않았다면 바로 먹어도 되지만 쓴맛이 잡히면 찬 물에 넣어 뒀다가 먹는다. 보관할 때도 물에 넣어 냉장보관하면 된다. 

 

두부 만들기는 정말 오랜 시간 다양한 방식으로 시도해왔다. 레몬과 소금을 간수로 써서 만든 두부도 맛은 있었지만, 시중에 파는 두부처럼 탄력있게 뭉쳐지진 않았고, 무엇보다도 불린 콩을 핸드믹서로 몇 번에 걸쳐 갈고, 천주머니에 넣어 콩물을 짜는 과정이 솔직히 힘들었다. 그래서 먹고 싶어도 자주 먹지는 못했는데 수동이긴 해도 도구를 이용해서 만드니까 시중에서 파는 것 못지 않은, 아니 더 맛있는 (것 같은) 두부를 비교적 쉽게 얻을 수 있었다. 요즘은 심심하면 백태 갈고 두부를 만들어서 냉장고에 두부가 항상 있다. 그리고 두부 만들고 남은 비지는 한번 더 콩물을 내서 전골 만들 때 채수 대신 쓰거나, 한 번 끓여서 두유로 만들어 코코아 같은 음료를 만들어 먹는다. 그리고 남은 비지는 과자로 만들거나 전을 부쳐 먹으면 맛있다. 

 

마트에서 다 따로 따로 사야하는 것들, 플라스틱 포장되어 있는 것들은 사실 두부 하나를 만들면 나오는 다양한 부산물이다. 최근에 유튜브에서 우연히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두부제조공장 영상을 봤는데 콩물이 콸콸 쏟아져 나오는 것을 보고 새삼 기계의 힘은 대단하구나ㅋㅋㅋ 생각했다. 문제는 그렇게 만든 두부를 유통&판매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쓰레기다. 나는 마트와 같은 유통업체가 플라스틱 쓰레기 만드는 일 없이 식재료를 파는 시스템을 지금보다 빨리 적극적으로 도입했으면 좋겠다. 두부(를 비롯한 다양한 식재료를) 만드는 일은 즐겁지만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한 일이다. 모두가 직접 만들 필요없이,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를 걱정할 필요없이 두부를 (비롯한 다양한 식재료를) 먹을 수 있도록 정부와 기업에서 조치를 취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