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심을까?(3월부터 5월 24일까지 텃밭 일지)
일단 올해 3월부터 공책에 적어두었던 텃밭 일지 내용을 기록하고 지금 발콘 텃밭 상태를 정리해보자.
3월 7일 일요일
Baquieu, Rollo Rossa(잎채소), Porree(유럽에서 볼 수 있는 커다란 파. 대파와 양파 사이의 식감과 맛이 난다.), 미나리, 태양초를 화분에 파종해서 방 안에 두었다. 작년에 사서 쓰고 남아 있던 흙을 썼다.
3월 10일 수요일
Baquieu, Porree에서 싹이 났다. 딱 점만한 크기로 겨우 볼 수 있는 크기ㅋㅋㅋ
3월 12일 금요일
쑥갓도 화분 하나에 파종했다.
3월 13일 토요일
아무래도 씨앗을 다 너무 낮게 심은 것 같다. 원래 뿌리인 흰 부분이 훤히 보이는 게 영 불안하다. 어째 같은 고민을 작년에도 한 것 같은데 왜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이냐! 다음에는 꼭 손가락 한마디 정도 깊이로 심어야지. 그리고 비료로 쓰려고 커피가루, 햄프씨드, 빵가루 찻잎 등을 모으는 중인데 오늘 화분에 좀 뿌렸다.
3월 14일 일요일 16시경
미나리 싹 났다! 그동안 긴 허리 구부리고 있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 흙을 빨리 만들어야 깻잎도 심을텐데... 작년에 썼던 마른 흙을 퇴비와 섞어서 써 볼 생각이다. 퇴비가 아직 독해서 뿌리 상할까 봐 좀 겁나긴 하는데... 3월 마지막 주에 퇴비 상태 한 번 보고 쓰던지 새로 사던지 하자.
3월 15일 월요일 9시
Rollo Rossa가 싹을 틔울 기미도 안보이길래 그냥 엎고 쑥갓 씨앗을 뿌렸다. 태양초도 아직 소식이 없는데 작년에 보니까 고추는 좀 시간이 오래 걸린다.
3월 16일 화요일 20시
Baquieu에서 본 잎이 나기 시작했다. 미나리가 시들한 것 같아 걱정이다. 웃거름으로 줬던 것들 중 햄프씨드에서 곰팡이가 피기 시작했다!😱 이걸 어째야 하지?
3월 28일 수요일 17시
-햄프씨드를 내가 왜 넣어가지고!!!! 아이고오오오오 흙에 곰팡이가 너무 많이 퍼져서 숟가락으로 퍼내느라 화분이 엉망이 되었다. 쑥갓은 아예 엎고 새로 심어야 할 것 같다. 몇 번을 엎는겨....
-방금 쑥갓이랑 포레랑 다 버렸다ㅠㅠㅠㅠㅠ 빈 화분 한 곳에는 래디쉬를 심고 다른 곳에는 깻잎을 심었다. 속상하다.... 퇴비도 확인해 봤는데.... 흙을 제대로 만드는 것은 쉽지 않은 일 같다. 낙엽을 모아야 해!
3월 28일 일요일 6시
래디쉬는 싹이 되게 빨리 크게 자란다. 깻잎도 하나 둘 싹을 틔운다. 작년에 파종하면서 배운건 조바심 낼 필요 없다는 것. 때가 되면 알아서 싹이 올라온다.
4월 2일 금요일
-오늘은 Karfreitag이라는 독일 오스턴 공휴일이다. 집에 있는 김에 호흐베트(유럽식 화단) 정리 좀 하고 어제 산 루꼴라, 파, 고수 씨앗을 심으려 한다.
- 헉 이게 무슨 일이야? 퇴비화 덜 된 흙을 호흐베트에 붓고 그 위를 냄새나는 것을 막는다고 마른 흙으로 덮어뒀는데 오늘 조금 들춰보니 그 심하던 악취가 하나도 나지 않는다! 3월 7일에 호흐베트에 두고 처음 보는 거니까 약 한 달 만에 퇴비화에 성공했다! 커피필터같이 큰 종이조각들 말고는 음식물 쓰레기의 흔적은 전혀 찾아볼 수 없고, 코 가까이 대고 냄새를 맡아도 향내가 날 뿐 시큼한 악취는 없다. 너-무 신기해!! 공기가 통하는게 중요하구나! 그래서 통에 넣고 퇴비만들 때는 한 번씩 위 아래를 섞어주라고 하는구나. 이번 늦가을에는 수확 끝내면 정리해서 겨울에는 퇴비 작업을 해야 다음 봄에 그 흙으로 새로 심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겨울에 만들면 쥐나 벌레 걱정도 없고 느긋하게 기다리면 되니까 좋을 것 같다. 그동안 퇴비통에 음식물 쓰레기랑 흙을 쌓아서 뚜껑 덮어서 모으면 되겠다. 과연 이 흙에서 씨앗들이 싹을 틔울까?
4월 5일 월요일
에스트라곤, 시금치, 레몬그라스를 심었다. 시금치는 추위에 강하다 그래서 부엌에 있는 호흐베트에 심었다. 내가 만든 흙에 심은 거라 과연 잘 자랄지 기대 반 걱정 반이다. 양분이 부족할 수 있으니 싹이 조금 크면 이엠 용액을 희석해서 뿌려줘야겠다. 흙 정리하는데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서 힘들었다.
4월 12일 월요일
시금치 빼고 다 싹 났다.
4월 18일 일요일
날씨가 조금 따뜻해진 것 같아 방에 있던 화분들을 다 발콘으로 내놨다. 내놓는 김에 깻잎 새싹들을 가능한 많이 큰 화분으로 옮겨 심고 물도 줬다. 고추 싹은 추웠는지 잎을 오므리고 있길래 얼른 다시 방 안으로 데려왔다. 부엌으로 가보니 심어 놓은 시금치 그 많은 씨앗 중 딱 하나ㅋㅋㅋㅋ가 싹을 틔운 것을 발견했다. 내가 만든 퇴비에서 자란 싹이라 너무너무 뿌듯하고 기뻤다.
4월 22일 목요일
어제 시금치 싹들이 많이 난 것 확인했다. 깻잎 씨앗을 너무 많이 뿌려서 싹이 너무 많아 감당이 안된다. 화분 더 사고 싶은 마음 억지로 꾹 누르고 있다. 텃밭...... 땅이 있는 삶을 살고 싶다. 매번 이맘때(새싹들 날 때) 하는 생각....
4월 23일 금요일
엄마랑 통화하면서 미나리 자란 것 보여주니까 다들 웃자랐다며 잘라내라고 했다. 잘라내면 다시 싹을 낼 거라고 했다. 그래서 아쉬웠지만 다 잘라냈다. 다른 화분에는 Schnittlauch (쪽파 비슷한 것)을 심었다. 슈닛라우흐는 연보라색 꽃을 피우는데 그것을 보는 일이 참 즐겁다.
5월 15일 토요일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제일 큰 발콘에 만들어 둔 호흐베트 두 개 중 하나에 열무씨를 심고, 부엌 호흐베트에는 시금치 앞 쪽에 바질 씨앗을, 옆 쪽에는 케일 씨앗을 뿌렸다.
5월 24일 월요일
오늘은 Pfinsten이라는 봄을 알리는 축제날이다. 종교적으로도 의미가 있는 날인데 그것에 대해서는 자세히는 모르겠다. 어쨌든 공휴일이라 집에 있는 김에 오랜만에 카메라를 들고 발콘 텃밭 작물들 사진을 좀 찍어보았다. 종종 찍어서 크는 과정을 기록하면 좋을 것 같다. 요즘 독일 날씨가 엉망이라 방으로 옮길 수 있는 화분들은 다 방으로 옮겼다. 내일부터 3일간 강풍이 예상되는데 제발 무사히 지나가길 바랄 뿐이다.
미나리와 루꼴라 사진 찍는 것을 깜빡했다. 웃자라서 한 번 엎고 다시 심은 미나리는 저번보다는 낫지만 여전히 좀 시들시들한 모양샌데 아무래도 내가 씨앗을 너무 빽빽하게 뿌리는 것 같다. 루꼴라는 싹을 내서 잘 자라고 있다. 아, 그리고 오늘 쑥갓을 버려야 했다ㅠㅠㅠ 저번에 강풍이 불던 날이 있었는데 그때 발콘에 뒀더니 바람을 견디지 못하고 다 쓰러졌고, 그 뒤로 방 안에 뒀는데 뿌리파리가 생겨서 시들시들 죽어갔기 때문이다. 쑥갓이 생각보다 키우기 어려운 것 같다.
<현재 발콘 텃밭 작물들>
큰 발콘: 깻잎, 열무
부엌 발콘: 시금치, 바질, 케일
작은 발콘: 래디쉬, 루꼴라, 미나리, 바타비아살라트, 태양초, 이름 모를 모종, 색깔고추, 깻잎, 쪽파, 포레, 청경채, 파슬리, 타임
이렇게 오늘 일지까지 3월부터 기록해 온 짧은 메모들을 한 번 정리해 봤다. 빠진 내용도 있지만 한 번씩 이렇게 정리해서 기록해두면 내년이나 그 이후에도 보고 참고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