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초. 빨갛게 익은 모습은 올해가 처음이다. 고추는 이제 완전히 감을 잡았다. 호흐베트에서 키우면 더 크게 자랄 것 같아서 다음에는 그렇게 해보려고 한다. 고춧가루 비싼 이유가 있다니까. 초록 파프리카. 작년에 모아뒀던 씨앗인데 너무 늦게 심어서 크기가 작았지만 파프리카도 키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기뻤다.지인께 레인보우 칠리Bolivien Rainbow Chili 모종을 선물 받았던 것이 잘 자랐다. 색이 예뻐서 눈이 즐거웠다. 익으면 꽤 맵다.열심히 먹고 10월 말에 화분 정리하기 전에 수확한 것들. 고춧잎까지 무말랭이에 넣어서 잘 먹었다.
토마티요 퍼플Tomatillo Purple(추정). 작은 화분에서 내 발코니 텃밭에서는 보기 힘든 크기로 자라났다. 먹을 수 있다고 하는데 누구도 선뜻 용기를 내지 못해서ㅋㅋㅋㅋㅋ 씨앗만 모아뒀다.깻잎은 정말 원없이 먹었다. 꽃대가 자라면 튀겨서 먹는다고 해서 기다렸는데 원하는 만큼 자라지는 않았다. 이번에는 너무 많아서 감당하기 힘들 정도였기 때문에 내년에는 좀 덜 심으려고 한다. 올 해는 허브 종류는 많이 키우지 않았다. 뒤늦게 파슬리, 바질, 파 정도 심었고 옆에 루꼴라, 상추같은 잎채소도 심었는데 튼튼하게 키우기 어떻게 하는걸까? 나는 잎채소 키우기가 힘들더라. 어쨌든 바질은 꽤 커서 이것도 겨울에 동사하기 전에 건조시키고 씨앗을 모았다.
이밖에도 독일에서 구할 수 있는 미나리, 케일, 래디쉬, 타임과 라벤더도 파종하거나 모종을 구해서 심었고 미나리는 역시 생김새가 내가 알던 것과 달라 그냥 관상용으로 두었고, 나머지는 수확해서 잘 먹었다. 관상용으로 꽃도 심어봤는데 꽃까지 피우지는 못했다. 아무래도 발코니 텃밭이니까 자리도 부족하고 작물들이 피우는 꽃도 형형색색 아름다워서 내년에는 꽃씨를 따로 심지는 않을 것 같다.
<가을, 겨울 작물들>
10월에 마늘을, 9월에 당근을 심었다. 가을 무도 심었었는데 잘 자라던 잎을 나방애벌레들이 죄다 갉아 먹어서ㅎㅎㅎㅎㅎ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당근이 이렇게 빨리 자라는 작물인 줄 몰랐다. 한국집에서 받아온 춘하당근을 반신반의하며 파종했는데 그래도 꽤 자라주었다. 내년 봄에 다시 심어서 충분히 시간을 주고 자랄 수 있도록 해볼 생각이다. 11월 말부터 서리가 앉기 시작해서 잎이 얼길래 급히 수확해서 찍은 사진.
여름에 깻잎이 있다면 겨울에는 쑥갓이 있다! 너무 많이 자라면 거칠어지기 때문에 그 전에 열심히 먹었다. 향이 너무 좋아서 전골, 우동에 넣어 먹고 나중에는 된장국에도 넣어봤는데 잘어울렸다. 독일에서 텃밭가꾸기는 특히 독일에서 보기 힘든 한국의 향신작물들을 심을 때 빛이 난다.
<비료 만들기>
작물들은 다 수확하고 씨앗 모은 뒤 잘게 잘라 화분(호흐베트)에 묻고 뿌리가 단단하게 붙들고 있는 흙은 삽으로 부셔서 다시 고르게 펴 준다. 그 위에 여름부터 모았던 음쓰를 붓고 흙을 덮고 낙옆이나 작물들로 덮어주면 끝.흙 위를 덮기 전 잎과 잘게 자른 줄기들만 따로 모아 놓은 모습. 검은 열매들은 바람에 실려 온(또!?ㅋㅋ) 씨앗이 큰건데 새들이 오길래 자라도록 뒀다가 거둔 것. 나중에 내년 봄에 다시 싹 틔울까봐 다 골라냈다.겨울에는 이렇게 빈 호흐베트 흙 한 켠에 자리를 만들고 여기에 바로 음쓰를 모은다. 여름에는 쥐가 올 수 있기 때문에 이렇게는 못하고 다른 뚜껑이 있는 통에 흙과 함께 혐기성으로 보관했다가 겨울에 퇴비 만들 때 한꺼번에 흙에 부어서 겨우내 퇴비화시킨다. 겨울에는 여러모로 호흐베트에 퇴비를 만드는 것이 편한데 이에 대해서는 따로 포스팅하도록 하겠음!
<번외>
재배했던 고추의 고춧잎을 넣어서 만든 무말랭이. 무도 볕 좋은 날 발코니에서 2주 정도 말려서 만들었다. 독일에서 손두부에 무말랭이까지 무슨 사치인지 근데 사진 보니까 또 먹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