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코니 텃밭 일지/2021년

2021년 8월부터 12월까지의 기록

돌멩이 2022. 1. 8. 17:57

작년에 비해 나름 결실이 풍성한 해였다. 

 

<봄, 여름에 심은 작물들>

태양초. 빨갛게 익은 모습은 올해가 처음이다. 고추는 이제 완전히 감을 잡았다. 호흐베트에서 키우면 더 크게 자랄 것 같아서 다음에는 그렇게 해보려고 한다. 고춧가루 비싼 이유가 있다니까. 
초록 파프리카. 작년에 모아뒀던 씨앗인데 너무 늦게 심어서 크기가 작았지만 파프리카도 키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기뻤다.
지인께 레인보우 칠리Bolivien Rainbow Chili 모종을 선물 받았던 것이 잘 자랐다. 색이 예뻐서 눈이 즐거웠다. 익으면 꽤 맵다.
열심히 먹고 10월 말에 화분 정리하기 전에 수확한 것들. 고춧잎까지 무말랭이에 넣어서 잘 먹었다.

 

토마티요 퍼플Tomatillo Purple(추정). 작은 화분에서 내 발코니 텃밭에서는 보기 힘든 크기로 자라났다. 먹을 수 있다고 하는데 누구도 선뜻 용기를 내지 못해서ㅋㅋㅋㅋㅋ 씨앗만 모아뒀다.
깻잎은 정말 원없이 먹었다. 꽃대가 자라면 튀겨서 먹는다고 해서 기다렸는데 원하는 만큼 자라지는 않았다. 이번에는 너무 많아서 감당하기 힘들 정도였기 때문에 내년에는 좀 덜 심으려고 한다. 
올 해는 허브 종류는 많이 키우지 않았다. 뒤늦게 파슬리, 바질, 파 정도 심었고 옆에 루꼴라, 상추같은 잎채소도 심었는데 튼튼하게 키우기 어떻게 하는걸까? 나는 잎채소 키우기가 힘들더라. 어쨌든 바질은 꽤 커서 이것도 겨울에 동사하기 전에 건조시키고 씨앗을 모았다. 

이밖에도 독일에서 구할 수 있는 미나리, 케일, 래디쉬, 타임과 라벤더도 파종하거나 모종을 구해서 심었고 미나리는 역시 생김새가 내가 알던 것과 달라 그냥 관상용으로 두었고, 나머지는 수확해서 잘 먹었다. 관상용으로 꽃도 심어봤는데 꽃까지 피우지는 못했다. 아무래도 발코니 텃밭이니까 자리도 부족하고 작물들이 피우는 꽃도 형형색색 아름다워서 내년에는 꽃씨를 따로 심지는 않을 것 같다. 

 

<가을, 겨울 작물들>

10월에 마늘을, 9월에 당근을 심었다. 가을 무도 심었었는데 잘 자라던 잎을 나방애벌레들이 죄다 갉아 먹어서ㅎㅎㅎㅎㅎ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당근이 이렇게 빨리 자라는 작물인 줄 몰랐다. 한국집에서 받아온 춘하당근을 반신반의하며 파종했는데 그래도 꽤 자라주었다. 내년 봄에 다시 심어서 충분히 시간을 주고 자랄 수 있도록 해볼 생각이다. 11월 말부터 서리가 앉기 시작해서 잎이 얼길래 급히 수확해서 찍은 사진.

 

여름에 깻잎이 있다면 겨울에는 쑥갓이 있다! 너무 많이 자라면 거칠어지기 때문에 그 전에 열심히 먹었다. 향이 너무 좋아서 전골, 우동에 넣어 먹고 나중에는 된장국에도 넣어봤는데 잘어울렸다. 독일에서 텃밭가꾸기는 특히 독일에서 보기 힘든 한국의 향신작물들을 심을 때 빛이 난다. 

<비료 만들기>

작물들은 다 수확하고 씨앗 모은 뒤 잘게 잘라 화분(호흐베트)에 묻고 뿌리가 단단하게 붙들고 있는 흙은 삽으로 부셔서 다시 고르게 펴 준다. 그 위에 여름부터 모았던 음쓰를 붓고 흙을 덮고 낙옆이나 작물들로 덮어주면 끝.
흙 위를 덮기 전 잎과 잘게 자른 줄기들만 따로 모아 놓은 모습. 검은 열매들은 바람에 실려 온(또!?ㅋㅋ) 씨앗이 큰건데 새들이 오길래 자라도록 뒀다가 거둔 것. 나중에 내년 봄에 다시 싹 틔울까봐 다 골라냈다.
겨울에는 이렇게 빈 호흐베트 흙 한 켠에 자리를 만들고 여기에 바로 음쓰를 모은다. 여름에는 쥐가 올 수 있기 때문에 이렇게는 못하고 다른 뚜껑이 있는 통에 흙과 함께 혐기성으로 보관했다가 겨울에 퇴비 만들 때 한꺼번에 흙에 부어서 겨우내 퇴비화시킨다. 겨울에는 여러모로 호흐베트에 퇴비를 만드는 것이 편한데 이에 대해서는 따로 포스팅하도록 하겠음!

 

<번외>

재배했던 고추의 고춧잎을 넣어서 만든 무말랭이. 무도 볕 좋은 날 발코니에서 2주 정도 말려서 만들었다. 독일에서 손두부에 무말랭이까지 무슨 사치인지 근데 사진 보니까 또 먹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