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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시위 그리고 사장 이 새끼가(2022.03.25.금요일)일상/일기 2022. 3. 26. 10:02
오늘은 전 세계적으로 기후 시위를 하는 날이다. 나는 치과 예약 있던 것을 취소하고 시위에 알바 가기 전까지 참여했고 날씨가 좋고 도미도 함께여서 정말 즐거웠다. 쏘코(Xoco) 카페에서 먹은 카푸치노에 초콜릿 넣은 것도 너무 맛있었고 시위 현장에는 음악이 있어 무슨 축제에 온 것 같은 기분마저 들었다. 여러 단체의 부스를 돌며 정보를 얻고 싸인할 곳은 했다. 그린피스에서는 원시림을 지키자는 현수막을 걸었고, 대중교통 티켓 가격을 내리자거나 자가용 사용을 줄이고 고속도로 개발을 저지하자는 단체도 있었다. 기후위기 심리학자들의 단체도 있었다. 사회주의 단체도 있었는데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은 단체라고 했다. 시내 곳곳에는 반전 팻말이 세워져 있었다. 한 가지 신경 쓰였던 점은 꽤 많은 인파가 몰려있는데 마스크를 쓰는 사람이 거의 없었단 점이다. 아무리 야외고 마스크 착용 의무가 풀렸다고 해도 상식적으로 불안하지 않은가? 모르겠다.
도미는 다시 일하러 갔고 나는 공터 벤치에서 혼자 잠깐 시간을 보내다가 일하러 갔다. 여섯시까지는 손님이 없어서 곧 있을 행진 시위를 위해 사람들이 점점 모이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나도 저기 있어야 하는데. 처음에는 생각보다 사람이 너무 없다 싶었는데 한 30분 지나니까 거의 천 명은 넘는 것 같은 인원이 모였다. 날은 어두워졌고 그들은 경찰들의 호위를 받으며 행진을 시작했다. 레스토랑에도 손님이 한 두 팀씩 오기 시작했다.
일이 끝나고 사장이랑 뒷정리를 하는데 한 남자가 와서 마실 것을 찾았다. 그는 아프가니스탄인이었고 지금은 파리에 사는데 여행 중이라고 했다. 나는 영어가 짧은데 자꾸 말을 걸었다. 그가 가고 나자 사장이 저 사람이 너에게 관심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더니 기혼 독일인 중 70퍼센트가 파트너 몰래 애인을 둔 경험이 있다며 자기도 인도에 가족이 있지만 독일에서 여자를 사귀었다고 했다. 나는 물어보지도 않은 것을 혼자 떠들어댔다. 내가 마무리를 서두르자 오늘도 네 남편이 너를 기다리냐고 묻길래 그건 아니라고 했더니 자기가 끝나는 시간이 같으니 차로 집까지 데려다주겠다고 했다. 그 차를 타는 게 아니었는데! 사장은 차 안에서도 계속 불륜을 주제로 말을 이어 나갔다. 자기는 기혼 여성만 사귄다며... 아뿔싸... 그 뒤로 무슨 이야기를 들었는지는 다시 떠올리기도 싫으므로 생략한다. 어쨌든 나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앞으로 절대 다시 저 차에 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맹세했다. 온몸에 소름이 쫙 끼쳤다.
도미는 나를 놀리면서도 걱정하는 눈치였다. 어쨌든 차에는 절대 타지 않기로 했다. 나도 싫어! 나는 도미에게 혹시 언젠가 나말고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꼭 나에게 말해 달라고 했다. 도미도 나에게 혹시 생기면 꼭 말해달라고 했다. 일단 내일은 다른 여자분이랑 같이 일하니까 별일 없을 것 같고... 여차하면 바로 그만둘 생각이다. 서점에서 약속을 2주나 뒤에 잡아서 확실하지 않지만 일이야 또 구하면 되지. 아, 진짜 내가 벌써 이런 중년들의 불륜의 세계에 들어갈 나이인가? 내가 그렇게 만만해 보여? 진짜 생각할수록 어이가 없고 기가 찬다. 남들 불륜이야 자기들 사정이고 나는 폴리아미를 하면 했지 불륜은 싫다. 사랑하는 상대를 속이면 언젠가는 상처를 줄테고 그런 일을 하고 싶지 않아. 폴리아미도 솔직히 모르겠다. 도미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나는 지금 이대로 만족스러운데. 내 인생에 더는 도미만큼 혹은 도미보다 좋아할 수 있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을 것 같은데. 사람 앞 일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거니까. 어쨌든 나는 꼭 도미에게 말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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