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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만해?(2022.03.23.수요일)일상/일기 2022. 3. 24. 05:57
오늘은 아침 아홉 시에 독일어 수업 가서 저녁 여덟 시 즈음 집에 들어왔으니 11시간 넘는 시간을 밖에 있었다. 일하면서도 이런 적 잘 없었던 것 같은데. 12시 반에 수업 끝나고 비건 베트남 식당에 가서 "치킨" 라멘을 먹고 후식으로 모찌 아이스도 먹었다. 주인아저씨가 직접 서빙하는데 저번에 내가 왔던 걸 알아보시고는 모찌는 서비스로 주시겠다고 하셨다. 여기까지는 좋았는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요즘 날씨도 좋은데 언제 한 번 나가서 맥주나 한잔 하자고 해서 당황;;; 당신이랑 내가요? 하하 어색하게 웃으며 인사하고 나왔다. 나오자마자 헛웃음이 나왔다. 이게 뭔 일이람? 사실 이번에 일을 시작한 레스토랑 사장도 저번 주에 나에게 대뜸 프랭키쉐 슈바이츠(근처 등산하기 좋은 지역 이름)에 가본 적 있냐며 일요일(레스토랑 문 열지 않는 날)에 같이 등반하러 가자 그래서 나는 당연히 부엌 식구들이랑 다 같이 가자는 줄 알았더니 둘만 가자 그래서 또 당황했었다. 뭐냐 이건... 내가 만만해 보이나?
어제 미니잡 지원 메일을 보냈던 서점에서 답이 왔고 근무 가능한 시간을 물어 보길래 또 메일을 보냈다. 만약 여기에서 일하기로 결정 나면 레스토랑 일은 그만둘까 싶다. 하지만 비건 식당은 내가 정말 좋아하는 식당인데ㅠ 봄이라 다들 외로움 타나?ㅜ 어쨌든 나는 괜히 불쾌하고 불편해졌다.
어쨌든 점심을 해결하고 도서관에 가서 숙제를 끝내고 할 일을 했다. 도미가 퇴근하면 같이 장을 보고 맥주 한 잔 하고 집에 갈 계획이었는데 일이 예정보다 늦게 끝나서 나는 의도치 않게 평소보다 오래 공부를 했다. 마스크 써야 해서 불편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좋았다. 집에서 하는 것보다는 확실히 좋다. 앞으로 계속 도서관에서 공부해야지. 도시락도 쌀 생각이다. 저녁 여섯 시가 넘어서 도서관을 나와 유기농 마트에 가서 장을 보고 맥주 대신 비건 커리 부어스트를 먹었다. 도미는 요즘 커다란 LED 벽을 설치하느라 퇴근하면 기진맥진한 상태다. 사운드 엔지니어한테 왜 설치하는 작업을 시키는지? 어쨌든 이번에는 도미도 비건 소세지를 주문했다. 직장 동료들이 비건이 많아서 혼자 논비건 먹기가 눈치 보인다고 해서 웃겼다. 맛은 다르긴 하지만 맛있다고 했다. 좋아, 앞으로 같이 비건으로 먹는 걸로!ㅎㅎ 앞으로 이렇게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도미 퇴근하면 같이 버스 타고 집에 오는 날이 잦아질 것 같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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