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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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6월 18일 화요일일상/일기 2024. 6. 19. 06:17
올해 들어 처음으로 집 안에 있음에도 덥다고 느껴서 남편이랑 산책하고 돌아오는 길에 창고에 둔 선풍기를 꺼내 왔다. 앞 덮개를 분리해서 젖은 수건으로 덮개와 날개에 쌓인 먼지를 닦아내고 사일런트 회전 모드로 약풍이 돌아가면서 불게 했더니 한결 낫다. 사실 엄청 못 견딜 정도로 더운 건 아니지만 6월부터 이러니 이번 여름 독일도 만만치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은 벌써 30도가 넘은 모양이고 40도 50도가 넘는 무더위를 견뎌야 하는 나라도 있다는데 앞으로 매년 얼마나 더 심해질까 생각하면 마음이 착잡하고 두렵다. 요즘 머릿 속이 조금 복잡하다. 언제나처럼 공부하고 과제하며 살고 있는데, 조카가 많이 아프고부터는 내가 여기서 이러고 있는 게 맞나 싶다. 학교에 이야기하고 한 학기 휴학한 뒤 한국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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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배운 것(2023년 10월 20일 금요일)일상/일기 2023. 10. 21. 05:37
겨울 수영강습에 등록했다. 여름에 배운 뒤로 수영판 없이 겨우 몇 미터 허우적거릴 수 있는 정도가 되어서 같은 레벨의 강습을 다시 듣는게 좋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7월과 8월은 강습이 없었고, 9월 초까지는 집 근처에 있는 좋은 야외 수영장을 발견해서 남편이랑 같이 가거나 혼자라도 자주 가서 놀았더니 확실히 헤엄쳐서 갈 수 있는 거리가 늘었다. 알바 끝나고 피곤해도 수영장 가서 연습하고 오면 개운한 것이 기분까지 상쾌해졌다. 그리고 9월 말에 수영강습이 다시 시작되었다. 이번에는 첫날 바로 물이 점점 깊어지는 수영장으로 갔는데, 저번보다는 무서움이 덜했으나 역시 발이 땅에 닿지 않을 거리까지 수영한 후로는 자신이 없었다. 수영판을 잡고 한 두 바퀴 돈 후에야 도움없이 수영할 수 있었다. 그마저도 중간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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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뉘른베르크 외국인청은 왜 그런 건물로 이사를 갔을까?일상/일기 2023. 4. 5. 23:53
2023년 새해와 함께 내 영주권 임시비자 만료일이 다가왔다. 가지고 있던 거주허가증 유효기간이 만료되어 온라인으로 영주권 신청을 한 게 벌써 작년 3월, 하지만 외국인청 온라인 서비스 웹사이트 한쪽에 쓰여있는 처리 중(in der Bearbeitung)이라는 글씨는 2023년까지 처리완료로 바뀌지 않았다. 이제 3월 28일이면 이 임시비자의 체류권한마저 사라지니 영주권이 아직이라면 임시비자 기한이라도 다시 연장을 해야 했다. 일단 외국인청 홈페이지에 적혀 있는 대로 온라인으로 신청을 해보기로 했다. 일단 임시비자 Fiktionsbescheinigung을 찾았고, 설명을 보니 먼저 거주허가증 Aufenthalstitel을 신청해야 한다고 했다. 나는 영주권을 이미 신청했기 때문에 여기에 해당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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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했다고 벌써 4월이야?(2023년4월1일)일상/일기 2023. 4. 1. 09:21
오랜만에 블로그에 놀러 왔다. 하루가 빠르게 가는 것도 있고, 쓰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날엔 일기장과 펜을 찾는 경우가 많아서 잘 안 오게 되는 것 같다. 요즘 이번 학기에 듣고 있는 웹디자인 수업이 너무 재밌어서 종일 HTML+CSS 만지면서 놀고 있다. 자바스크립트도 조금 배우기 시작했는데 C#이랑 굉장히 비슷하면서 덜 까다로운 언어인 것 같다. 비주얼 코드를 이용해서 쓰고 있는데 가볍고 반응이 바로바로 나오고, 디자인이 대부분이라 다꾸하듯이 웹페이지를 꾸미는 재미가 있다. 하다가 쉬면서는 한국 드라마를 본다. 최근에는 전에 한국에서 살 때 재밌게 봤었던 를 다시 봤고(정말 명작이라고 생각한다. 소장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DVD는 안보이더라.) 뜨개질은 손 놓은 지 좀 됐다. 텃밭 정리도 거의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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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날(2023년 3월 22일 수요일)일상/일기 2023. 3. 23. 05:47
마음에 들어 했던 서점 알바 계약 기간이 끝나서 백수 상태로 있은지 벌써 3개월. 이제 정말 안되겠다 싶어서 여기저기 지원서를 넣고 면접도 보고 프로베(정식 채용 전 두 시간 정도 일을 체험해 보는 것)도 했지만 잘 안됐었는데, 케이트 블란쳇이 나오는 영화 타르를 보겠다고 옆동네 독립극장에 갔던 것이 시작이었다. 에스반(작은 지역을 오가는 기차)으로 20분? 우반(지하철)으로는 3-40분 걸리는 거리에 있는 소도시에 있는 작은 극장이다. 이 영화관은 꽤 오래전에 엠마 스톤이 나오는 빌리 진 킹: 세기의 대결이라는 영화를 봤던 것이 계기가 되어 좋은 인상으로 남아있던 장소인데 왜인지 한동안 갈 생각을 하지 못했다가 이번 영화는 작은 영화관에서 보면 좋겠다 싶어 다시 떠올리게 된 것이다. 이곳은 작은 카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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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r Place Or Mine일상/일기 2023. 2. 18. 06:48
학교 다니면서 도미네서 동거한 게 1년 정도 되나? 내가 1년 먼저 졸업하고 기숙사를 나오게 되면서 잠시 신세를 진다는 게 길어져 크지도 않은 방에서 짧지 않은 시간을 잘도 같이 살았다. 정말 많은 추억이 있는 장소지만 다시 그렇게 살라면 음, 글쎄... 결혼 후 처음 우리의 힘으로 집을 구했을 때, 아주 작은 집이지만 너무 기뻤다. 제법 큰 방 하나, 작은 방 하나, 화장실, 부엌, 발코니 3개 그리고 모든 방들을 잇고 현관문으로 이어지는 작은 공간까지 이게 다였다. 보통은 큰 방을 거실로, 작은 방은 침실로 쓸 테지만 당시 우리는 둘 다 각자 자기만의 공간을 갖는 것이 중요했고, 결혼하긴 했지만 네 것, 내 것 구분이 확실했다. 그래서 고민 끝에, 큼직한 짐이 많은 도미가 큰 방을 쓰는 대신 식탁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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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연극을 봤어요.(2023.02.05.일요일)일상/일기 2023. 2. 10. 02:27
도미가 일하는 시립 극장에 가서 연극을 봤다. 오페라 극장과 연극 극장 건물이 달라서 도미를 만나지는 못했지만, 왕복 버스비까지 포함된 티켓을 도미가 그곳에서 일하는 덕분에 8유로에 살 수 있었다.(물론 학생 할인도 있다.) 저녁 일곱 시 시작이고 30분 전에 극에 대한 간단한 설명회가 있다 그래서 일찍부터 나갈 준비를 서둘렀다. 연극을 마지막으로 봤던 게 언제더라? 아침부터 왠지 설레는 기분이었다. 오페라는 몇 번인가 봤는데 역시 뮤지컬과 달리 클래식으로 만든 옛날 극을 상영하는 거라 재해석을 한다고 해도 어쩔 수 없이 보수적인 접근이 많아서 딱히 취향에 맞지 않았다. 그리고 노래하는 대사가 아무래도 모국어가 아니다 보니 배우가 노래할 때마다 배우의 연기 대신 무대 양쪽에 있는 모니터에서 나오는 텍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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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기와 손빨래(2023.02.01.수요일)일상/일기 2023. 2. 2. 08:06
보자... 저번 주 토요일이니까 4일. 4일째 건조대에 걸려 있는 빨래들이 여전히 축축하다. 세탁기는 고장이 나도 하필 겨울에 난담? 벌써 10일도 전이다. 평소처럼 빨래통 한가득 쌓인 양말을 세탁기에 넣어 돌렸다. 시간이 지나 세탁을 끝낸 빨래를 가져가려는데 웬걸? 빨래가 흥건하게 물에 젖어 있다. 이상하네 싶어 물기 제거 과정만 한 번 더 돌리려고 보니 부엌 전기가 나가 있었다. 뭐지? 두꺼비집을 열어 내려간 레버를 올리고 세탁기를 보니 F4 표시가 떠 있다. 헐. 바로 인터넷에 검색해 보니 속도조절장치에 문제가 있는 것이었다. 정확히는 장치에 전기를 보내는 석탄막대가 두 개 있는데 그것을 교체하면 99퍼센트의 확률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나와 있었다. 퇴근한 도미에게 상황을 알리고 다음 날 바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