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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흐베트(das Hochbeet) 만들기DIY 2021. 5. 4. 04:08
올해는 많은 종류를 심지 않겠노라 그렇게 다짐했건만 마트 입구에 진열된 씨앗봉투를 보면 절대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마침 한국에서 3월에 택배를 보내주시겠다 하여 미나리, 깻잎, 쑥갓 씨앗도 받아 놓은 상태고, 딜, 바질, 파슬리 같은 온갖 종류의 허브들과 고추도 꼭 심어야 했다. 그리고 작은 무의 씨도 샀다. 사실 무보다는 열무를 길러서 열무비빔밥을 먹겠다는 생각이다. 어쨌든 이런저런 이유로 심고 싶은 작물 수가 늘어서 작년에 산 화분의 양으로는 어림도 없게 생겼다. 그리고 내 방과 붙어 있는 발콘과 부엌 쪽 발콘은 작아서 이미 포화상태다. 파트너 방에 커다란 발콘이 있는데 동쪽에 위치하고 있어서 해가 오래 들지 않고 처마가 없다는 이유로 작년에는 비워 놨었다. (지금 우리가 쓸 테이블과 의자만 둔 상태다.) 하지만 올해 내가 깻잎을 너무 많이 파종해서 생긴 모종들을 반은 내 방 발콘에 반은 파트너 방 발콘에 한번 시험 삼아 심어보기로 했다. 만약 잘 자란다면 내년에는 다른 종류도 심어 볼 수 있겠지?
어쨌든 그래서 파트너방 발콘에 화단을 만들어야 하는데 화분보다는 호흐 베트라고 한국어로 직역하면 높은 화단? 정도 되는 걸 놓는 게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작년에는 내 방에 하나, 부엌에 하나 이렇게 두 개를 사서 썼는데 300유로 넘는 돈을 냈다. 올 해는 코로나 때문에 택배 대란이 있기도 하고, 조금 찾아보니 내가 직접 만들면 두 개를 만들어도 100유로 안에서 가능할 것 같아서 휴가 때 만들어 보기로 했다. 호흐 베트는 나무나 강철을 이용해서 만들거나 돌을 쌓아 만드는 법이 있는데, 나는 가장 쉬운 나무로 만들기로 했다. 디자인은 독일의 한 유튜브 채널 영상을 참고했다. (youtu.be/GeGWGgFHORU)
0. 호흐베트 크기와 자리 정하기
-해가 뜨고 지는 방향을 고려해서 그나마 길게 햇볕을 받을 수 있을 것
-내가 일하기 수월한 동선 확보할 것
-깻잎을 키우기에 충분한 크기와 깊이로 만들 것
위의 세가지 조건을 고려해서 필요한 재료를 준비했다.
1. 필요한 재료 준비하기(호흐 베트 1개)
-나무판자(가문비나무):
Leimholz Fichte 80x40x1.8cm(가로 x 세로 x 두께) 2x
Leimholz Fichte 40x40x1.8cm 2x
-나무기둥(가문비나무):
Rahmenholz Fichte 4.4x4.4x50 4x
Rahmenholz Fichte 4.4x4.4x40 4x
-나사못
4mm x 50mm 8x
4mm x 35mm 8x
-바니쉬(코팅액)&붓
-톱&클램프&작업대
-전동드릴&전동 드라이버
-커다란 비닐&타카
저는 본덱스 사의 제품을 사용했어요. 원래 구매할 때 10cm 이상은 잘라 달라고 할 수 있는데 코로나 때문에 불가능해져서 집에서 잘라야 했어요. 집에 큰 톱이 없어서 이웃집에서 빌렸어요. 나무기둥까지 다 자르고 난 모습입니다. 2. 바니시 바르기
조립하기 전에 미리 바니시를 2회 이상 발라 주세요. 그러면 조립 후에 바르는 것보다 힘이 덜 들어요. 제가 사용한 바니시는 한 번 바르고 15분 후면 마르더라고요. 바니시 사용 후에는 꼭 통 뚜껑을 닫아주세요. 안 그러면 다 공기 중으로 날아가버려요. 그리고 방 안에서 작업하신다면 꼭 환기시켜 주세요.
3. 조립하기
나무판자(40x40x1.8cm) 하나에 나무기둥(4.4x4.4x50cm) 두 개를 먼저 위아래로 고정시켜 주세요. 그다음 긴 나무판자 두 개를 고정시켜 위아래가 뚫린 상자 모양을 만들고, 바닥면에 나무기둥을 일정한 간격을 두고 박습니다. 나사못을 박을 때 전동드릴 2.5mm짜리로 구멍을 먼저 낸 후 드라이버로 나사를 박아 주었어요.
전동드라이버가 없어서 손으로 돌리느라 작업 후에 손바닥 아프고 손목이랑 팔목 근육통으로 고생 좀 했습니다.ㅋㅋ 4. 비닐 씌우기
비닐을 나무틀의 크기에 맞게 잘라 타카로 나무틀에 박아주세요. 저는 작년에 매트리스 샀을 때 포장재로 쓰인 비닐을 버리지 않고 보관해 둔 게 있어서 그걸 썼어요. 비닐 사용을 피하고 싶으시다면 두꺼운 천을 이용하셔도 될 것 같아요. 물론 천은 시간이 지나면 썩을 테니까 갈아줘야겠죠.
5. 구멍 뚫기
호흐 베트를 원하는 자리에 위치시키고 흙을 조금 넣어주세요. 그리고 바닥면 비닐에 6개의 구멍을 뚫어 주면 완성입니다!
타카를 이용해서 비닐을 나무틀에 고정시킵니다. 안쪽 바깥쪽 모두 빙 둘러가며 꼼꼼히 박았어요. 완성된 모습입니다. 미처 퇴비화 진행이 덜 된 흙을 오래된 영양분 없는 흙과 섞어뒀어요. 완성된 호흐 베트 안에는 퇴비화 진행이 덜 된 흙과 작년에 흐고 남은 영양분 없는 흙을 섞어서 부었어요. 마지막에는 마른 흙을 덮어 줘야 냄새가 안나요. 이 흙은 한달에서 두달 정도 가끔씩 삽으로 뒤집어 주면서 관찰할 예정이에요. 퇴비화가 잘 진행된 흙은 악취가 안나고 향긋한 냄새가 나요. 음식물 쓰레기 형태도 알아볼 수 없고 짙은 검은 빛이 돌면서 촉촉합니다. 부디 쥐가 오지 않기를 바라며 상황을 지켜봐야겠네요.
호흐베트 만들기 재밌었어요! 중간에 근육통으로 한 번 고생하긴 했지만 무리하지 않고 2일에서 3일 여유를 가지고 작업한다면 만드는 것은 전혀 어렵지 않았어요. 특히 첫 번째 호흐 베트는 파트너 도움 없이 오롯이 저 혼자만의 힘으로 완성해서 더 뿌듯했답니다. 어깨너머로 보고 배운 것들이 있긴 한가 봐요. 파트너 방에 있는 발콘에서 깻잎이 잘 자라준다면 내년에는 1개나 2개 더 만들고 싶기도 하네요. 그러면 퇴비가 완성된 후 다시 그 과정을 기록한 것들을 정리하는 포스팅을 하겠습니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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