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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써 만든 김치가 소태라(2022.03.12.토요일)일상/일기 2022. 3. 13. 19:06
간밤에 퇴근해서 너무 피곤한데 술 마시고 그린 그림ㅋㅋㅋ 누워서 그려서 삐딱하다. 비건 지향하고 제로 웨이스트까지 지향하기 시작하면서 집에서 요리해 먹는 일이 일상이 되었다. 독일에서 살고 있는 것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 독일은 한국에 비해 외식비가 비싸고 (요즘은 한국도 많이 비싸졌다던데 어떤지 모르겠다) 선택의 폭이 너무 좁다. 특히 내가 사는 지역에서는 한식의 경우 만족스러운 맛을 기대하기 힘들다. 괜찮게 먹을만한 비건 옵션이 있는 논비건 식당은 정말 많아졌고, 비건 식당도 계속 늘고 있어서 나도 기분 내고 싶을 때는 외식을 하지만 식당에서도 플라스틱으로 소포장된 식재료들을 쓰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런 이유들로 요리를 하기 시작했고 요리에 재미를 붙였다. 요리할 만한 시간과 에너지가 있어서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한국에서는 1-2인 가구의 경우 배달시켜서 먹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하는 말도 들었지만 윤리적 소비까지 생각한다면 꼭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거창하게 시작했지만 어쨌든 이제는 된장, 간장 같은 식재료까지 직접 만들어 먹고 있고 최근에는(작년 겨울) 비건 김치를 만들었다. 김장김치를 먹을 생각에 아주 신났었는데 익기까지 몇 개월을 기다려서 마침내 먹은 김치 한조각을 나는 바로 뱉어 버렸다. 짜도 너무 짰다. 배추를 처음에 너무 싱겁게 절여서 양념을 바른 후 거기에 소금을 한 큰 술 추가한 것이 화근이었다. 양념은 맛있게 됐었는데... 내 비싼 배추ㅠㅠ 원래도 음식 남기거나 버리게 되는 경우를 아주 싫어하지만 이 김치 절대 포기할 수 없다. 너무 소태라 그냥 먹을 순 없고 어떤 조치를 취해야 했다.
얼마 전에는 술떡이 먹고 싶어서 막걸리 만들고 남은 술지게미에 찹쌀 간 것을 섞어 만들었다가 대차게 실패했다. 식감은 그렇다 쳐도 쓴 맛이 나는 건 도저히 어쩔 수 없었다. 이건 결국 컴포스트로 갔다. 소금을 넣지 않아서 괜찮을 거라 생각한다.
이렇게 요리 초보가 아니어도 평소 해보지 않은 것을 시도하다 보면 한번씩 실패할 때가 있다. 어쩔 수 없는 경우 버릴 수밖에 없지만 살릴 수 있는 건 최대한 살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맛없는 것을 꾸역꾸역 먹을 때도 있지만 적당히 손을 보면 꽤 맛있게 되살릴 수도 있다. 이번 김치가 딱 그 경우인데 조만간 내가 시도해 본 나름의 조치들을 글로 정리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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