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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하지 않을 선택(2022.02.24.목요일)일상/일기 2022. 2. 25. 17:26
눈 뜨자마자 푸틴이 전쟁을 시작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진짜 현실이 됐다고? 깜짝 놀라서 세수하고 와서 다시 찾아봤다. Guten Morgen~ (좋은 아침~) 도미가 졸린 눈을 비비며 내 방으로 왔다.
-도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대.
-뭐?
화들짝 놀란 도미가 컴퓨터를 켰다. 출근시간 놓치겠어. 도미가 무거운 표정으로 집을 나섰다. 나는 전날 미뤄 둔 설거지를 하고 관련 뉴스를 들었다. 현재 상황, 푸틴의 의도, 앞으로의 전망, 대책에 대한 논의들이 계속되었다. 트위터에서는 전쟁 소식에 주식 손익 계산하는 사람들에 대한 질책, 북한에 미칠 영향, 미국과 유럽에 대한 비판, 안타까운 마음과 기도하는 트윗들이 올라왔다. 전쟁이라니. 창문 너머로 보이는 하늘엔 먹구름이 옅게 파란 하늘을 가리고 있었고 거리는 조용했다. 바람도 불지 않았다. 너무 이상하다. 전쟁은 우리 할머니가 어렸을 때 겪은 일인데. 교과서나 영화에서 보던 것인데. 어릴 때는 내 주변의 사람이 전쟁을 겪었다는 사실이 신기하고 무서웠다. 내게 전쟁은 가끔 북한 관련 소식을 들으면 희미하게 겨우 느낄 수 있는 정도인데. 하지만 생각해보면 어릴 때는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있었다. 뉴스를 자주 보진 않지만 시리아 내전에 대한 뉴스를 듣기도 했다. 나아가 전쟁이라고 명명되지는 않지만 매일같이 죽는 노동자의 소식도 듣는다. 살해당하는 여성들, 혐오범죄로 죽은 아시안과 트랜스젠더, 코로나로, 코로나 테스트를 받으러 가는 길에 죽은 장애인, 매일 도살당하거나 멸종하는 동물들... 기후위기... 전쟁은 항상 있어왔고 지금도 진행 중이지만 내가 지금 유독 우크라이나 소식에 큰 참담함을 느끼는 것은... 이게 내 이웃의 일이 아니라 내 일이 될 수도 있는 전쟁이기 때문인가?
나는 아침을 먹고 오늘치 공부를 하고 독일의 러시아 의존적인 에너지 정책을 두고 시비를 가리는 토론하는 영상을 보며 뜨개질을 했다. 하벡은 명백히 잘못된 부분이 있다고 인정했다. 트위터에서는 우크라이나 사람들에게 금전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루트에 관한 트윗들이 올라왔다. 퇴근한 도미와 저녁을 먹고 내일 투표하러 가는 일정에 대해 논의했다. 투표... 몇 주 전까지만 해도 확신이 있었는데... 차선보다 최선이지 생각했는데 지금은 정말 모르겠다. 오히려 저번 대선 때는 후보자 토론에서의 발언을 듣고 바로 결정했었고 지금도 잘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하는데 이번엔 그럴 수 없는 상황이 너무 답답하다. 내일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전쟁은 멈출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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