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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리스마스와 테트리스(2022.12.27.화요일)
    일상/일기 2022. 12. 28. 07:50

    예너 가족이 놀러 온 날 도미가 솜씨 발휘를 했다. 도미가 만든 클로스(Kloß)와 양송이버섯 소스는 완벽했다.
    엘디가 만든 바닐라킵펄(Vanillekipferl)이 남아 있는 한 우리의 크리스마스는 끝나지 않았다.
    이번에 엘디가 크리스마스 과자를 비건으로 엄청 많이 구워서 가져 왔다. 매일 크리스마스였으면 좋겠네.
    이건 내가 담근 백김치. 보라색 무를 사용했는데 색깔이 이상하게 변하면 어떡하지? 서정아님 레시피로 저번에 한 번 만들었는데 맛있게 잘 먹어서 이번에 또 만들어 봤다.

    크리스마스가 지나갔다. 크리스마스가 있는 주 월요일 화요일에 예너 가족이 다녀갔는데, 리햐르트는 감기가 걸려서 왔다. 출발한 뒤에 감기 기운이 갑자기 심해져서 일정을 취소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원래 계획했던 크리스마스 마켓에는 못가고 그냥 집에서 먹고 선물 주고받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하필 그날 월드컵 결승전 하는 날이어서 도미가 프로젝터로 벽에 크게 경기 영상을 소리 없이 틀어 두었다. 그래서 독일에 있는 아이리쉬 펍 느낌이 났다. 나랑 도미는 원래도 축구를 별로 즐기지 않지만 이번에는 특히 카타르를 비판하는 소리가 높아 보이콧하고 있었는데 결국 이렇게 결승전은 보게 되었다. 엘디가 축구 경기 보는 것을 좋아하는 줄은 몰랐네. 리햐르트는 아파서 침대에 누워 있으면서도 경기에서 골이 터질 때마다 짧게 소리를 내서 우리에게 알렸다.ㅋㅋㅋ 크리스마스 시즌에 보는 월드컵 경기라니 더 생소했다. 

     

    첫날엔 내가 가볍게 다들 좋아하는 면요리를 만들어서 같이 먹고 글뤼바인을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음 날엔 아픈 리햐르트는 집에서 쉬고 나와 도미, 필립, 엘디만 나와서 뵈즈너라는 미술용품 매장에 갔다가  그 근처에 있는 벼룩시장에 가기로 했다. 필립이나 예너 가족이 오면 꼭 가는 필수 코스다. 다들 크리스마스 마켓에는 매년 갔어서 가도 그만 안가도 그만, 별로 아쉬워하지 않는 것 같았다. 나도 알바하면서 본 거리를 가득 채운 인파를 보며 내심 걱정했던 터라 오히려 잘됐다 싶었다. 뵈즈너는 못 본 사이 내부 구조를 바꾸었는데 조소 코너 크기가 확 줄어서 그나마 있던 유리와 도구들은 아예 볼 수 없었다. 도미만 드로잉 용 공책을 하나 샀고, 필립이 종이로 만드는 3d 공예품을 사서 선물로 주었다. 나는 고슴도치 모양을 골랐다. 벼룩시장에는 역시 크리스마스 소품들로 가득했지만 여기엔 딱히 관심이 없던 나는 작은 물조리개를 하나 1유로 주고 샀다. 벼룩시장에 간 이상 뭐라도 하나 이상은 꼭 집어 오게 된다. 우리 가족이 아주 좋아하는 곳이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엘디랑 같이 중간에 내려서 내가 자주 이용하는 채과점에 갔다. 엘디가 내가 산 감자와 고춧가루가 맛있다고 어딘지 보고 싶다며 같이 내렸다. 눈이 쌓여 미끄러운 길을 둘이서 조심조심 걸어갔다. 엘디는 고춧가루와 다음날 린다우에서 먹을 샐러드거리를 사고 나는 선물할 호두와 올리브 과자 그리고 홍시가 있길래 홍시도 샀다.(독일에서 처음 본 홍시였는데 정말 맛있었다.) 그리고 집에 오니 도미는 벌써 요리를 시작했고 다들 배가 좀 고픈 눈치였다. 리햐르트는 우리가 없는 사이 낮잠을 잤다고 했다. 그렇게 저녁을 먹고 예너 가족은 린다우 집으로 돌아갔다. 너무 오랜만에 얼굴을 봐서 그저 반갑고 오가는 이야기가 즐거웠다. 처음에는 가족들이 사투리를 쓰지 않으려고 노력해도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이해하기 힘들었는데 이제는 사투리를 써도 무슨 말인지 이해는 된다. 아마 내가 사투리를 쓰는 일은 없겠지만ㅎㅎ 그래도 독일어를 너무 많이 듣고 써서 가족들이 가고 난 후 꽤 피곤했다. 독일어가 완전히 편해지는 날은 아마 평생 오지 않을 것 같다. 어쨌든 가족들을 보내고 집 안을 좀 환기시킨 후 바로 씻고 잤는데 다음 날 린다우에 간 예너 가족과 나와 도미 모두 가벼운 감기에 걸렸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름 조심한다고 했는데 역시 좁은 집에서 같이 오랜 시간 있었더니 리햐르트에게 옮은 모양이다.(지금은 다 나았다.)

    참 여러가지로 기억에 남을 방문이었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당일이 되었다. 도미가 일을 시작한 후로 크리스마스에 쉰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라디오 방송국에서 일했을 때는 크리스마스 아침에 가서 오후에 왔었고, 영상 찍는 일을 했을 때도 출근을 했었다. 지금도 주말이 따로 없는 극장 일을 하고 있는데 이번에 운 좋게 크리스마스이브와 당일, 그리고 26일, 27일까지 무려 4일을 연달아 쉬게 되어서 우리 둘 다 아주 신이 났다. 딱히 특별한 일을 계획하지는 않았지만 그냥 같이 집에 있는 시간이 우리에겐 너무 소중했다. 우리 집 전통인 훠궈를 고량주랑 같이 배 터지게 먹고 보드 게임과 테트리스를 했다. 테트리스는 내가 뜬금없이 하고 싶어 져서 얘기했었는데 마침 그때 필립도 봐둔 테트리스 게임이 있어서 크리스마스 당일에 처음으로 같이 플레이해 보았다. Tetris Effect: Connected 라는 게임인데 별자리 컨셉을 한 여러 모드를 즐길 수 있는 게임이다. 나는 왕년에ㅋㅋㅋ 중학생 때 넷마블에서 테트리스를 엄청 즐겨했었다. 특히 아이템전을 팀플로 하는 것을 즐겼고 꽤 잘했던 것 같은데 플레이해보니 왕년의 실력이 아주 사라지지는 않은 것 같다.ㅋㅋㅋㅋㅋㅋㅋㅋ 도미랑 필립이랑 게임하면 보통 도미가 리드하고 내가 잘 못하는 편인데 테트리스 실력은 내가 월등했다. 훗. 시험 공부해야 하니까 자주 하지 못하는 게 다행이다. 테트리스에 한 번 빠지만 헤어 나오지 못할 것 같다. 

     

    이렇게 크리스마스 전 후로 꽤 오랜 시간 마음이 붕 떠서 공부를 제대로 못했는데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2023년이 오기 전에 다짐도 새로 하고, 내년 목표도 한 번 생각해 보고, 올 한해 돌아보는 시간도 가져야겠다. 뭣보다 운동을 정말 미룰 수 없을 것 같은데 과연ㅋㅋㅋㅋㅋㅋ 전과만 성공해도 내년은 성공이다. 잘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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