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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나리와 펜넬
    발코니 텃밭 일지/2021년 2021. 6. 3. 20:31

    특별히 부탁해서 받은 한국에서 온 미나리 씨앗

    5월 29일 토요일

     

    지난 3월 모부가 택배를 한 번 보내주겠다 하길래 특별히 부탁해서 미나리와 깻잎, 쑥갓 씨앗을 받았다. 한국에서는 그냥 있으면 먹었던 미나리의 향이 왜 이렇게 그립던지 씨앗을 심으면서도 가슴이 두근거렸다. '다 크면 미나리 넣고 두부전골 만들어 먹어야지.' 이때 마침 영화 <미나리>도 개봉해서 여기저기서 수상 소식이 들렸다. 할머니(윤여정)가 가져오신 씨앗을 보며 나도 모니카와 함께 기뻐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풍성하게 자란 미나리밭을 보며 내 가슴도 함께 부풀어 올랐다. 씨앗을 심고 물을 듬뿍 줬다.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몰라서 인터넷을 뒤졌지만 미나리는 보통 줄기를 잘라 다시 심는 방식으로 키웠고 씨앗으로 심는 경우는 찾기 힘들었다. 일단 흙에 씨앗을 심고 물을 듬뿍 줬다. 원래 개울가에서 자라는 애니까 물이 많이 필요할까 싶어서 물 마를 새가 없이 줬다. 하지만 커다란 화분에 비해 자라난 미나리는 웃자라서 시들시들했고 결국 잘라내고 다시 심기로 했다(4월 23일 https://selbstversorger.tistory.com/52). 아무래도 방 안에서 키우기는 어려운가 싶었고, 물을 너무 많이 준 것 같았다. 개울가의 물은 흐르는 물이라 괜찮지만 고인 물은 안된다는 엄마의 조언을 참고하여 다음에는 물을 적당히 주고 밖에서 키우기로 했다. 그리고 받은 씨앗 양이 생각보다 많아서 근처에 사시는 한국인 지인 분께도 조금 나누어 드렸다. 그리고 오늘 그 분께 한 통의 메세지를 받았다. 

     

    "뫄뫄님! 저번에 주신 미나리 씨앗 잘 받아서 심었는데 볼수록 펜넬이랑 닮았네요? 씨앗 모양도 똑같고 냄새도 비슷한 것 같아요."

     

    펜넬은 양파 비슷하게 생긴 작물로 알고 있는데.... 펜넬 씨앗은 확실히 생김새가 똑같았다. '이게 어떻게 된거지?' 약간 당황한 상태로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내가 한국에서 받은 씨앗은 펜넬 씨앗이 맞았다. '엄마가 힘들게 구했다고 했는데...' 알고 보니 미나리에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우리가 흔히 먹는 미나리는 개울가에서 자라는 미나리고, 산미나리 혹은 돌미나리라고 불리는 땅에서 자라는 미나리가 있었고 그것이 바로 펜넬이었다. 독일에서는 펜넬을 씨앗으로 먹거나, 뿌리 부분의 양파처럼 생긴 부분을 먹기 때문에 펜넬의 잎모양은 본 적이 없었다. 산미나리도 그냥 미나리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둘은 엄연히 다른 종으로 향과 맛이 다르다고 했다. '이럴 수가!' 나는 그 어떤 의심도 없이 미나리라고 철석같이 믿고 키우고 있었는데!ㅋㅋㅋㅋㅋㅋㅋㅋ

     

    미나리인 줄 알고 씨앗을 너무 많이 뿌려서 빽빽하게 자라고 있는 펜넬ㅋㅋㅋㅋㅋㅋ

    지인 분이 알려주지 않으셨다면 나중에 다 큰 모습을 보고 이상하다 생각했을 나였다. 펜넬을 한국에서는 미나리처럼 잎부분을 뜯어 전으로 부쳐 먹거나 나물로 먹는다고 하니 내가 키우는 펜넬도 잘 크면 잎을 뜯어먹어 봐야겠다.ㅋㅋㅋㅋㅋ 재밌는 해프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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