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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집(2022.01.30.일요일)일상/일기 2022. 1. 31. 08:54
업으로 삼고 싶은 일이 3가지로 좁혀졌다. 그중 하나는 당장 실현 가능성이 없는 일이라 바로 제외되었다. 바로 두부집 차리는 일이다. 단골 제로웨이스트샵 옆에 있는 두부가게. 상상만 해도 저절로 따뜻하고 행복한 미소가 지어진다. 하지만 현실은 당장 필요한 자금도, 가게를 운영할 만한 지식도 없는 상태. 요즘은 아무 건물이나 보면 그곳에 두부집이 있는 상상을 한다.
푸드트럭도 생각해 봤다. 물론 나는 운전면허증이 없다. 정확히는 한국에서 따놓은 게 있지만 장롱면허다. 벌써 10년이 넘도록 단 한 번도 차를 몰아 본 일이 없다. 특히나 요즘은 자전거와 대중교통을 이용하니 길가에 즐비한 차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피곤해져서 나까지 보태고 싶은 마음이 하나도 없다. 그래도 꼭 필요했으면 어쩔 수 없겠지만 아직까지는 나도 도미도 차 없이 잘 살고 있다. 푸드자전거도 있다. 물론 두부는 아니지만 그릴이나 커피, 칵테일, 아이스크림은 봤다. 트럭보다는 나와 가까운 느낌이다. 그러나 이번엔 내가 장사를 할 수 있을지 의심스러웠다. 사람 만나는 것을 극도로 꺼리게 된 지 오래다. 그래도 마트에서 빵을 파는 일은 재밌어했는데 그 이유는 내가 아니라 손님들이 사기 위해 적극적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수동적으로 필요한 것을 주기만 하면 되었다. 하지만 내 이름을 걸고 하는 장사라면, 특히나 수상한 아시안이 파는 독일 사람들에게 호불호가 강한 두부라면?
그다음으로 생각한 게 단골 제로웨이스트샵에 두부를 만들어 납품하는 일이다. 마침 그 집에는 두부가 없고 나는 그 집에서 파는 우리 지역 콩으로 두부를 만드니까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 여기까지 생각이 도달했을 때는 당장 장비부터 구매할 기세로 눈에 불을 켜고 이것저것 알아봤다. 하지만 위생문제로 인해 식료품을 가정집에서 만들려면 이를 위한 별도의 부엌이 있어야 했다. 커다란 집이라면 부엌이 두 개 있기도 하겠지만 우리 집은 두 개는커녕 하나도 내가 본 그 어느 부엌보다 작은 코딱지만 한 게 겨우 붙어 있을 뿐이다. 내가 매일 쓰는 데는 지장 없는 지금은 애정이 깃든 장소지만 두부 납품에는 자격이 되지 않았다. 그러면 결국 별도의 작업장이 있어야 하고 그럼 다시 임대해야 하는 처음의 문제로 돌아왔다.
시내 북쪽 조금은 한적한 곳에 위치한 작은 인도커리집이 떠올랐다. 테이블이 5개 정도밖에 없고 부엌도 커다란 냄비 두 개가 놓인 가스레인지가 자리의 반 정도를 차지하는 작은 부엌이 딸린 가게다. 메뉴도 커리 두 종류와 차 종류가 다인 곳. 인도 여성 분이 혼자 일하시는데 점심시간에는 5유로에 따뜻한 요리를 먹을 수 있어 우연히 발견해서 갔을 때 단골로 보이는 손님이 꽤 있었다. 지금은 그런 작은 가게도 얻으려면 상당한 자금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안다. 특히나 임대료를 내야 한다면 시작하기까지 상당한 용기가 있어야 했을 텐데 새삼 자영업 하시는 분들이 대단해 보였다. 독일에서 한국 회사에 다니기 시작한 한국인 지인이 다닌 지 1년도 안되어서 자기 꿈이 카페 사장이라고 말했던 게 떠올랐다. 이제 내가 그와 비슷한 꿈을 꾸고 있구나.
어쨌든 이 꿈은 현재로서는 실현 가능성이 없어서 이렇게 블로그에 글로 꽁꽁 싸매 놓는 걸로 한다. 나중에 몇 년간 돈을 벌어서 여유가 생기는 날이 온다면 혹시 알아? 그 때 이 글을 보고 현실화하게 될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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