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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은 플라스틱 제로!?일상/일기 2020. 1. 18. 21:28
그레타 툰베리의 가족들이 쓴 자전적 에세이 <그레타 툰베리의 금요일>을 읽었고, 2020년엔 환경문제에 보다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행동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동물권이 (사실 모든 문제가) 당연히 환경문제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에도 그간 기후변화와 쓰레기 배출 문제 등은 부차적인 것으로 생각했었다.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알리는 목소리들은 오래 전부터 지속적으로 들려왔지만 왠지 멀게 느껴졌던 이유는, 나는 나름대로 잘하고 있다는, 무지에서 비롯된 믿음에서 나온 것이었다. 내가 잠깐 사용하고 버리는 수많은 플라스틱들 중 상당 부분이 재활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을 때, 그 버려진 플라스틱으로 인해 고통받고 죽어가는 동물들의 실태를 사진과 수치로 접한 후에야 나는 동물성 재료를 소비하지 않는 것만으로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후 마트에서 파는, 비건 마크가 있지만 플라스틱 포장재를 쓴 간편식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 물건들을 사기가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시작은 라면을 사지 않는 것부터였다. 인스턴트 제품은 거의 대부분 플라스틱 용기에 들어 있었다. 적어도 독일에서는 채소와 과일들은 상당 부분 포장재 없이 살 수 있었다. 하지만 식생활에 꼭 필요한 식료품, 파스타, 쌀, 밀가루, 콩, 넛츠, 두부같은 것들, 그리고 소금, 후추, 설탕과 같은 향신료들도 거의 전부 플라스틱 포장이 되어 있었다. 겉으로 보기엔 종이 포장이어도 뜯어보면 비닐로 한번 더 포장되어 있거나( 초콜렛, 과자 등), 내용물을 보여주기 위해 부분적으로 비닐을 쓴 경우가 허다했다(파스타, 쌀, 밀가루 등). 그 중에서도 최악은 종이와 비닐을 합성한, 재활용도 불가능하게 만들어진, 종이가 친환경적이라는 이미지만 이용하는 소비자를 기만하는 포장재였다. 한국 음식이 먹고 싶어 아시아 마트에 가면 사정은 더 힘들어졌다. 유리병에 든 극 소수의 식료품을 제외하면 다 플라스틱 포장이다.
그레타 툰베리는 기후위기에 있어 가장 큰 책임은 이러한 사회 구조를 만드는데 앞장 선 기업인과 정치인들이라고 강조한다. 그리고 그들이 만든 구조 속에서 약자의 위치에 있는 존재(자연, 동물, 인간)들을 착취해서 얻은 막강한 권력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개인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레타 툰베리와 그의 가족들은 모두 비건이고 비행기 타지 않기를 실천하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개인이 할 수 있는 일들을 가능한한 실천하고 있다. 그러면서 가난한 나라의 생존에 필수적인 병원, 학교, 도로, 깨끗한 식수와 같은 사회 인프라 건설을 위한 발전에 드는 탄소배출량을 부유한 나라들이 그들의 탄소배출량을 계산할 때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내가 비건 지향하는 삶을 살면서 경험한 것은 개인의 힘이 결코 작지 않다는 것. 자본주의에 반대하면서도 개인의 실천 중 소비자로서 대항할 수 있는 부분이 꽤 크다는 것. 내 일상을 변화시켜 세상을 바꿀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개개인이 처한 상황이 다 다른 만큼 각자 할 수 있는 만큼만 한다는 마음의 자세도 중요하다.
나는 일단 먹는 부분에서라도 플라스틱 사용을 줄여보기로 마음 먹었다. 일단 집에 사둔 것들은 먹고 앞으로 새로 살 때는 플라스틱프리 제품들만 사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오는 플라스틱쓰레기들을 1년간 모아 보기로 했다. 2021년을 시작할 때 손에 얼만큼의 플라스틱쓰레기를 들고 있을지 기대 반 걱정 반이지만 일단은 시작하는 마음을 여기에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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