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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콩나물이 먹고 싶어
    일상/일기 2020. 1. 20. 05:35

    매일 가던 마트에는 콩나물을 팔았다. 요즘도 가끔 가는데 볼 때마다 먹고 싶지만 반질반질한 플라스틱용기를 보며 그냥 돌아 선다. 콩나물밥, 콩나물무침, 콩나물국 다 내가 자주 해먹던 요리다. 아시아마트에 가도 소분해서 비닐봉지에 담아 판다. 한국이었다면 동네 재래시장에 가면 쉽게 구할 수 있었을텐데 이곳은 한국이 아니다. 어디에서도 구할 수 없다면 직접 키우는 수밖에?

     

    플라스틱제로 샵에서 산 콩(Sojabohne)을 하루 종일 찬물에 불렸다. 그리고 구멍이 숭숭 뚫린 바구니에 담고 빠지는 물을 담을 수 있게 다시 대야에 넣어 수건으로 덮었다. 3시간에 한번씩 물을 주며 한 일주일 정도 지나면 콩나물이 될 것이다. 그런데 예정대로라면 하루 뒤에 벌써 싹이 올라와야 하는데 이상하게 내 콩들은 변화가 없었다. 벌써 3일이 지났는데. 기온이 너무 낮아서 그런가 싶어 부엌에 두었던 콩들을 방 안 하이쭝(Heizung) 앞에 두었다. 그런데 오늘 드디어 아주 작지만 싹이 뽀족하게 튀어나온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처음 해보는거라 아까운 콩들 다 상하기만 하고 버리게 되면 어떡하지 걱정했는데 희망이 보인다. 콩나물이 잘 크면 녹두로 숙주도 키워 보고 싶다. 과연 일주일 뒤에는 콩나물밥을 먹을 수 있을까?

     

    플라스틱프리를 지향하면 확실히 구할 수 있는 식재료가 한정된다. 한식을 먹으려면 더더욱. 특히 주식처럼 먹던 두부랑 두유 종류를 구할 수 없는게 아쉽다. 두부는 때를 잘 맞춰서 가면 아시아마트에서 판으로 놓고 팔기도 한다는데 아직 알아보지 못했고, 두유는 귀리후레이크로 귀리유를 만들어봤는데 엄청 쉽고 맛있었다. 새삼 어떤 식재료들은 결과물을 얻기까지 거치는 많은 공정들을 보며 새삼 편리하게 살았구나 느끼는 중이다. 그리고 직접 만들려면 필요한 도구들도 참 많다. 우리집에 식기세척기가 없는데 이게 제일 힘들다. 설거지 양이 거의 1.5배는 늘었다. 

    그 외에도 다른 어려움이 있을 수 있겠지만 아직까지는 잘 먹고 있고 뭣보다 대안을 찾는 과정이 재밌다. 직접 만들어 보면서 식재료가 정확히 어디에서 온 것들인지, 예를 들면 콩나물 콩은 무슨 콩으로 만들고, 내가 먹는 부분이 식물의 어느 부분인지 같은 것들을 알아가는 과정이 재밌다. 내가 좀 과하게 무지한 것도 있는데 그 과정을 공유하는 것도 나름 의미가 있을 것이다. 앞으로 플라스틱프리로 구할 수 있는 식자재들, 구할 수 없다면 직접 만들거나 혹은 또 다른 대안들, 그것들로 만들 수 있는 요리 레시피 등을 포스팅하려고 한다. 그로 인해 바뀐 생활 방식이나 새로운 시스템이 생긴다면 공유하고 싶다. 각자 처한 상황이 달라 모두 적용시킬 순 없겠지만 각자 취할 수 있는 부분이 하나라도 있다면 그것만으로 좋다. 이미 플라스틱 프리를 지향해 온 분들이 알려주는 정보도 이곳에 공유하도록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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