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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대선 토론회(2022.02.03.목요일)일상/일기 2022. 2. 4. 17:50
오늘 한국에서는 대통령 후보 대선 토론회가 있었다. 윤석열, 이재명, 안철수, 심상정 후보 이렇게 지지율이 높은 순으로 이렇게 네 명이 나온다고 했다. (아나운서가 허경영 후보가 심상정 후보보다 지지율은 높지만 다른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나는 한국 뉴스도 독일 뉴스도 매일 보지 않기 때문에, 그나마 관심 있게 보고 있는 심상정 후보를 제외하고는 다른 이들의 정책 공약에 대해 많은 것을 알지는 못했다.
재외국민이 투표를 하려면 해당 공관에 미리 등록을 해야 한다. 투표일도 2주 정도 빠르다. 모부에게 근황을 전하면서 이 이야기를 한 것이 문제였다. 아빠는 뽑을 사람이 없다면서 너는 심상정이지? 했다. 나는 시끄러워질 것이 분명해서 정치 얘기는 하지 말자고 했다. 매번 똑같았다. 엄마는 분위기를 망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아빠는 내 말에 동의하면서도 문재인이 얼마나 무능하고 이재명이 얼마나 나쁜지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이재명만 뽑지 말라 했다가 종국에는 아예 투표를 하지 말라고 했다. 투표를 하지 말라니, 어이가 없어서. 통화를 끝내고도 기분이 나빴다. "너는 심상정이지?" 했던 그 비웃음 섞인 목소리. '너는 가서 설거지나 해!' 제사가 있던 밤 친척들이 다 모인 자리에서 내가 뭔가 열심히 말하고 있었을 때 아빠가 설득에 실패하자 내질렀던 그 목소리. 그 목소리가 화면 속 윤석열 후보의 얼굴과 함께 내 뇌 속에서 자동 재생되었다. 그의 목소리에 가족들의 얼굴이 오버랩되었다.
이재명 후보는 닷페이스에 나온 것을 본 적이 있었다. 토론회에서 보니 일 잘하는 배테랑의 이미지였다. 핵발전에 반대하는 것도 반가웠다. 생각보다는 나쁘지 않았지만 성폭력 이슈에서 나를 대변해 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그리고 성장이 있어야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다는 식으로 말하는 대목에서 돌아섰다.
안철수 후보는 그저 사업가였다.
심상정 후보는 지난 대통령 후보 토론회에서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발언을 했을 때의 인상이 강하게 박혀 있다. 닷페이스에서 보여준 모습도 좋았다. 공공주택 공급정책에 대해서도 동의한다. 내가 독일 마트에서 일하면서 만난 동료들 상당 수가 이런 공공주택에서 살고 있다. "운 좋게" 하루 8시간 풀타임으로 일해도 최저임금 가까운 월급을 모아서는 내 집 장만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나마도 대부분은 파트타임으로 5-6시간 일한다. 이러면 대출받기도 힘들다. 월세 내며 사는 게 빠듯하고 은퇴할 나이가 지나도록 일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 평생 안정적인 주거 환경이 보장되어 있었기 때문에 최저임금으로 여름에는 휴가 가고 평소에도 취미 생활을 즐기며 살 수 있다.
윤석열 후보에게 김지은씨에게 사과하라는 말을 한 부분에서는 이거지 싶었다.
일자리 창출 주제를 끝으로 토론회는 끝났다. 어라? 뭔가 빠졌는데?
기후위기가 빠졌다. 토론회 전체를 통틀어서 그저 국가 안보 주제에서 심상정 후보가 코로나를 언급한 것, 일자리 주제에서 이재명 후보가 대체에너지 이야기를 한 것, 가끔씩 언급된 유럽발 탄소배출 제한 정책이 다였다. 그나마 제일 자주 언급하고 있는 심상정 후보에게 보다 구체적인 대책안을 듣고 싶었는데 그것이 없었다. 국가안보에서 기후위기 문제가 빠진다고? 일자리 문제에서? 심지어 이재명 후보는 코로나는 지금의 문제(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지난 독일 선거에서 보았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그렇다고 독일이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는 나다. 말만 번지르르한 놈들. 답답했다.
경제 대통령, 성장 신화, 낙수 효과 이런 단어들은 지난 대선 속에서 지겹도록 반복되었다. 그리고 올 해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코로나 전에는 매년 한국에 갔다. 그리고 매년 바뀐 풍경과 분위기에 놀랐다. 지금 3년째 보지 못하고 있는 한국은 어떤 풍경이길래. 이명박, 박근혜를 뽑고 감옥으로 보낸 지금까지 모부는 무엇을 보고 들었던 것일까?
나는 조금은 착잡한 마음으로 너는 심상정이지?라는 아빠의 질문 아닌 질문에 대한 답을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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